#칸 국제영화제
올해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는 그야말로 한국영화 잔치였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경쟁부문에,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정병길 감독의 ‘악녀’가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받았다. 이외에도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시국
어지러운 시국 탓이었을까? 올해 상반기 영화는 현실을 꼭 닮은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다.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이나, 원자력 폭발 사고가 일어난 뒤 혼란에 휩싸이는 대한민국을 그린 판도라(감독 박정우), 치열한 정치판을 그린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임진왜란 발발 후 광해와 대립군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그린 ‘대립군’(감독 정윤철)까지.
어지러운 시국과 정치판, 국민이 원하는 리더상 등을 담은 작품이 등장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은 바 있다.
#여성 캐릭터
올 상반기 영화계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여성 캐릭터의 진화다. 그간 작품 속 주변인물로만 그쳤던 여성 캐릭터들이 전면으로 나서며 맹활약을 펼쳤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밀라 요보비치와 ‘공각기동대’ 스칼렛 요한슨은 인류의 희망인 여성 히로인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얻었다. 특히 두 배우는 화려하고 파워풀한 액션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녀와 야수’ 엠마 왓슨 역시 돋보이는 여성 캐릭터로 활약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미녀와 야수’와는 달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여성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원더 우먼’ 갤 가돗과 ‘악녀’ 김옥빈도 마찬가지. 갤 가돗은 ‘원더 우먼’을 통해 이제까지 남성 위주였던 영웅영화에 첫 히로인으로 활약했고, ‘악녀’ 김옥빈은 여성 킬러 역할로 ‘액션=남성’이라는 한국 영화계 편견을 깨부쉈다.
#옥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영화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발점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였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 ‘옥자’와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백)가 지난달 28일 폐막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프랑스 영화계는 크게 반발했다. 넷플릭스의 유통 방식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넷플릭스가 영화의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지적했다.
이에 칸 국제영화제는 내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만 경쟁에 출품할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꿔 영화계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칸 국제영화제의 방침에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옥자’ 논란은 칸 국제영화제 폐막 이후로도 식지 않았다. 플랫폼의 변화냐 영화 생태 질서의 파괴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인 것. 이런 가운데 ‘옥자’는 오는 28일 190개국 넷플릭스 유통망으로 일제히 공개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에서는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이지만 국내 극장사인 CJ CGV가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