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미래가치를 생각해서라도 박삼구 회장은 쟁점이 되고 있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승낙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과거 대우건설 인수에서 촉발됐던 사례가 되풀이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대한통운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유동성 위기에 빠뜨린 전례가 있다. 당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에 넘겼고, 사재 3300억원을 출연해 두 곳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과 경영권을 확보했다.
올해 초 행사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했던 우선매수청구권이 바로 이것이다. 이 권리에는 제3자 양도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대우건설 인수에 풋백옵션을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모았다가 결국 손실을 키웠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계열사와 제3자를 금호타이어 주식 인수자로 지정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채권단(주주협의회)에 정식 요청했다. 조항대로면 박 회장 개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FI로부터 빌려오는 돈만 개인 자금으로 인정되지만, 권리 행사에 필요한 약 1조원을 자력으로 모으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과 수 개월 마찰을 빚다가 컨소시엄 구성 '조건부 허용'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결국에는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이유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해 매각이 무산되면, 우선매수권이 부활하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매각이 완료되지 않으면 박 회장에게는 권리를 되찾아 인수에 재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을 아예 박탈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을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것이 왜 아쉽지 않겠느냐"며 "그럼에도 금호타이어 임직원의 일자리 유지와 성장을 위해 매각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혈세 투입' 논란 속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면서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려 했던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었다. 금호타이어 매각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9일까지 기한을 두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여부에 대한 박 회장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허용되지 않으면,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다음주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 사퇴 및 우선매수권 박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금호 측은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를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