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소리 없는 살인자.’ 이제 ‘공공의 적’이 된 미세먼지에 붙여진 이름이다. ‘살인자’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그만큼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 폐암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우울증을 유발하고 자살률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력발전·매연·자동차 배출가스 등이 주된 오염원이다. 기후변화로 더 나빠지는 특성이 있다.
한국은 지금 미세먼지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스크 공화국’이 돼가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이러다 방독면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해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질병 증가와 노동생산성 감소, 농작물 수확 감소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60년에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가량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는 2조6000억 달러(약 3015조원)에 달한다. 중국 발 미세먼지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가 ‘미세먼지의 경제학’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지금 중앙정부 차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환경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실태조사와 제재를 위해서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4월 7개 성을 대상으로 조사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해 1, 2차로 나눠 15개 성을 대상으로 실시한데 이은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나머지 성들을 대상으로 4차 조사에 들어가 모든 성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앙정부는 지난 4월 27일 3차 조사를 위해 7개 중앙 환경감찰조를 조직해 톈진, 산시(山西), 랴오닝(遼寧), 안후이(安徽), 푸젠(福建), 후난(湖南), 구이저우(貴州) 등 7개 성에 파견했다. 환경감찰조는 해당지역에 머무르며 환경 점검을 수행하게 된다. 고발 접수와 정책 수행 여부, 환경 문제 해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중국에는 환경보호 감찰 제도라는 게 있다. 중앙정부인 환경보호부가 직접 각 지역에 감찰조를 파견해 환경문제를 점검하는 제도다. 지난 2015년 7월 ‘환경보호감찰방안’이라는 문건이 통과됨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정부를 감찰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를 감찰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근본적으로 지방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눈감아주기 관행과 지방 민영기업들의 ‘관시’ 로비로 인해 환경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유다.
중앙정부는 환경보호감찰방안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 규제기준과 오염 배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의 강제력과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에 대한 환경평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점검 및 단속이 시행되면서 영업정지 등 처벌을 받는 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환경당국이 환경법 위반으로 기업에 부과한 벌금은 8억 위안(약 1300억 원)을 넘었다. 공장 폐쇄는 1만여 곳에 달하며, 영업정지도 5600건을 넘었다. 지난 한해동안 환경보호 위반사항으로 구속된 사람은 4000명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1월 204명, 2월 238명, 3월 516명이 각각 구속됐다.
중국은 중앙 환경감찰조 파견과는 별도로 지난 4월 5일부터 징진지(京津冀) ‘2+26’개 도시에 대한 환경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징진지는 베이징, 톈진, 허베이의 3개 지역을 말한다. 징진지 및 주변 성시의 주요 28개 도시들에 대한 환경을 감독한다는 의미다. 대기오염을 잡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징진지 및 주변지역 28개 도시는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들이다. 대기오염이 심각해진 것은 ‘징진지 프로젝트’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징진지를 초거대 도시, 즉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로 육성하려는 계획이다.
징진지 프로젝트는 3개 지역(베이징‧톈진‧허베이성)을 아우르는 메가시티 건설을 일컫는 것으로 베이징과 톈진의 성장 동력을 인근 지역으로 확산시켜 낙후된 허베이성의 도시화를 가속화해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지역 균형발전 전략 중 하나다. 세 지역을 합치면 면적이 21만6000㎢에 달한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21만9000㎢)과 비슷하다. 해당 지역 인구는 총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2+26’개 도시는 징진지 3개 지역에다 산시성 4개시, 산둥성 7개시, 허난성 7개시를 포함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중국이 28개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감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이들 지역이 징진지 프로젝트로 인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질 악화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도 이들 지역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징진지 및 주변도시 환경감독을 위해 전 중국 환경법 집행위원 5600명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된 1차 관리감독 당시 투입된 260명에 비하면 무려 21배나 증가한 인원이다.
이번 환경감독은 ‘2017~2018년 징진지 지역 및 주변지역 대기오염방지 업무 방안’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다. 5600명의 인력을 28개 도시에 연간 25회씩 순차적으로 파견하게 되며, 1개 도시 당 매회 8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중국 당국은 1차 감독 이후 시차를 거의 두지 않고 바로 2차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간도 1년으로 길게 잡았다. 그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 감독 시 주 점검 분야는 7가지다. ▲관련 지방 각급 저부 대기오염 방지임무 현황 ▲유관 부서의 대기오염 방지임무 수행 현황 ▲고정 오염원의 환경보호장치시설 운영 및 오염물 배출 현황 ▲오염수준이 높은 지역에 자동감축시설 설치 및 운행 현황 ▲오염물 배출기업의 조사 및 영업정지 조치 현황 ▲비수기 생산기업의 생산 중단, 감산 등 조치 현황 ▲유기오염물 배출기업의 관리시설 설치운행 현황 등이다.
중앙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에 대기상태가 양호했던 날은 52.1%로 전년 동기대비 7.5%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지난 3월만 집계했을 때 징진지 지역 13개 도시의 대기상태가 양호했던 날은 66.3%로 전년 동기대비 14.6%포인트 증가했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지름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1g) 이하인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다.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극초미세먼지(PM1.0)로 구분한다. PM(Particulate Matter)은 ‘입자상 물질(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 입자)’이라는 뜻이다.
올해 1분기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63㎍으로 전년 동기대비 16% 감소했다.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당 110㎍으로 전년 동기대비 2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진지 지역의 이같은 미세먼지 농도 감소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12일까지 9937개 기업을 조사했으며, 이 중 6634개 기업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업의 3분의2(67.06%)가 적발된 것이다.
중국은 징진지 ‘2+26’지역의 대기오염을 저감을 위해 관련 정부 부처들과 도시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작업 방안’ 발표도 환경보호부, 발개위, 재정부, 에너지국, 톈진시, 허베이성, 허난성, 산시성, 산둥성 연합으로 이루어진다.
각 성시(省市)는 해당 지역의 올해 공기질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자와 목표 기한을 명시한다. 해당 임무도 명확히 배정한다.
이와 함께 국영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 중국석유개발회사(CNOOC), 국가전력망공사는 각 성시의 지방정부와 협력해 천연가스와 전기로 석탄을 대체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을 총괄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전력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금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인접 국가들과의 공조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도에 설립될 ‘동북아 수도협력 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임하는 결연한 자세와 의지로 보아 ‘고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