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정민 작가 "따뜻하고 소박한 '휘게' 정신으로 '진정한 나' 찾아야"

2017-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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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작가는 "미움과 분노의 에너지를 '진정한 나'를 찾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으로 대변되는 '북유럽'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 그릇, 패션 등 미시적 문화 트렌드로 시작한 북유럽 스타일은 사회복지, 창의교육, 양성평등, 저녁이 있는 삶 등 하나의 거대 담론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휘게(Hygge)'라는 덴마크·노르웨이 단어도 새로 떠오르고 있다. 편안함, 따뜻함, 소박함 등을 뜻하는 이 명사는 성공, 경쟁, 속도 등에 강박증을 앓고 있는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정민 작가(42)는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서 상무관으로 활동하며 북유럽, 더 나아가 세계에 눈을 떴다. 현재 북유럽문화원 공동대표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의 첫 책인 '오픈 샌드위치: 북유럽식 행복 레시피'(에이엠스토리)를 펴내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첫 출간 이후 4년여가 흐른 지금, 이 작가는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북유럽 경험의 폭과 깊이를 더했다. 책 제목을 일부러 그렇게 지은 것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희망과 변화에 대한 기대가 넘실대는 이 시기 신간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시간: Heartworking'(에이엠스토리)으로 돌아온 그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평등과 존중을 중시하는 북유럽식 교육에 주목해야"
이정민 작가는 한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6년여간 일하다 주한 덴마크 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엔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CCK) 이사를 비롯해 '트롤비즈(Trollbeads)', '헴펠(Hempel)' 등 다국적기업 사외이사로 보폭을 넓혔다. '월급쟁이의 대변신'이라고 할까, 그의 인생 이력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이 작가는 "직장에 들어갈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으로 국가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였다"며 "솔직히 내가 원하던 곳은 아니었지만 취직을 미룰 수 없어 들어가긴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포부를 품게 됐다.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 받아 빨리 승진하겠다' 또는 '적당히 일하다 다른 곳으로 이직해야겠다' 등의 야망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정도 전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자'는 다소 엉뚱한(?) 다짐이었다.

다행히 그가 맡았던 업무는 해외시장 진입 타진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는 것이었고, 이 덕분에 그 다짐을 차근차근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더 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국가·직군의 사람들과 교류했던 것이 내 인생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1년간 어학연수만 다녀와도 한국과 한국인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하물며 20여년간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 있던 그는 느낀 바가 많을 터. 특히 외국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의 그것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이 작가는 "북유럽에선 어렸을 때부터 행복할 수 있는 법을 찾게 해준다. 그들도 예전엔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이런 교육을 지향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발표한 '2017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155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에 비하면 초라하다고도 말하기 머쓱한 수준이다.

그는 "북유럽은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고 서로 존중해주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데, 아시아인들은 이러한 교육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내 주변인들에게 북유럽식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라거나 '그런 걸로 돈 벌 수 있겠느냐'는 핀잔을 주기 일쑤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는 '작가'라는 타이틀 이전에 교육가이자 컨설턴트로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이달 말쯤 출간할 예정인 '휘게 육아'(가제)라는 책과 조만간 론칭할 계획인 '하트닝 스쿨'이라는 교육 브랜드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이어 그는 "외형적 성장과 행복 사이의 괴리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가 오랜 관심사였는데, 그것은 평등과 존중 그리고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걸 깨쳤다"고 덧붙였다. 
 

이정민 작가가 지난 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신간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시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모두의 미래가 치킨집일 순 없어··· '진정한 나' 찾아야"
이 작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살림과 육아만으로도 하루가 꽉 차고, 몇 년 전 건강에 적신호까지 켜졌던 상황에서 어떻게 또 책을 낼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는 '드림소사이어티'의 저자이자 덴마크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을 끄집어내며 "'지금은 제품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 꿈과 희망을 파는 시대'라는 그의 말이 내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옌센의 책이 오랫동안 바쁘게만 살아오던 그에게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잡은 무언가를 내려놓고, 당신의 소중한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라'는 일종의 계시를 준 셈이다.

또 그는 "이번에 낸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정도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며 "사람은 누구나 '나'로 서야 한다. 특히 요즘은 대부분 50대가 되면 은퇴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의 삶이다. 한국을 가리켜 '치킨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은퇴 후 창업이 치킨집으로 많이 귀결되는데, 이럴 게 아니라 자신만의 촘촘한 삶을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나'를 찾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주효한 조언일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떻게 해야 이런 자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는 "현재 비즈니스 파트너 대부분은 예전 직장의 동료들인데, 우리는 서로 눈빛만 봐도 다 아는 사이"라며 "그들은 내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매일 10분씩이라도 나중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고 끊임없이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현재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어떤 미래를 꿈꿀 것인가'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 그는 "직장생활을 하며 불만, 불평 등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라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남는 게 있고, 그게 바로 자신의 미래를 대비할 자산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음속에 늘 있지만 해보지 못했던 것을 시도해 보기, 오랫동안 나의 멘토나 롤모델이었던 사람을 용기 내 찾아가기 등은 그가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들이다. 

◆ "미움·분노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변환해야 할 때"
이 작가는 책 프롤로그를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변화 속에 다시 기쁨과 행복이 찾아오기를"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며 '행복한 사람은 막대기를 심어도 레몬나무가 자란다'는 이탈리아 속담을 인용했다. 또 마지막 챕터에는 '많은 것들을 사랑하라. 왜냐하면 그곳에 진실의 힘이 깃들기 때문이다'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을 담았다. 그는 "고흐의 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며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인류애에 가깝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많이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현재 전 세계적인 기조는 '나를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영국 맨체스터 테러 등을 거론하며 "끔찍한 일들을 겪으며 세계인들은 '제발 사랑하며 살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사랑과 수준 높은 의식을 견지해 나간다면 세상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올 여름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로 유명한 작가 잭 캔필드와 함께 집필한 책을 출간한다. 서적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전 세계에서 5억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의 저자와 표지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고, 그 책을 미국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을 통해 판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작가는 "캔필드는 내 롤모델이었다"며 "그의 책을 보며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잭 캔필드 트레이닝 그룹의 '성공 트레이너' 과정을 수료하는 등 캔필드에게 다가가고, 그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까지 이 작가의 '용기'는 빛을 발했다. "마지막 댄스파티 때 캔필드에게 귓속말로 '당신의 책을 번역해서 내고 싶다'고 했는데, 머지않아 그에게서 '허락' 이메일이 왔어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막대기를 심어도 레몬나무가 자란다는 이탈리아 속담을 자기 스스로 입증했다고 할까.

최근 한국사회엔 많은 혼돈과 시련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다. '진정한 나'를 강조하는 그는 사람들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큰 공분(公憤)이 있으면 그 다음엔 사회가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광화문광장에 수많은 미움과 분노가 모였었는데, 이제는 그런 데 쓸 에너지를 인류에 보탬이 되거나 '내가 진짜 되고 싶은 나'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변환하면 좋겠어요. 마틴 루서 킹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불만을 제기하기보다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잖아요.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사회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이정민 작가
△1975년생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졸업 △HSBC Korea(1998~2004) △주한 덴마크 대사관 상무관(2004~2011)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이사(2012) △트롤비즈, 헴펠 등 다국적기업 사외이사(2012~2015) △북유럽문화원 공동대표 △하트닝스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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