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위수 기자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하면 게임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VR은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육·의료 등 공익성 있는 사업에 VR 콘텐츠를 적용하는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3D 및 VR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디바스(DBAS)의 신화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6일 자리한 신 대표는 요즘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민간사업부터 정부사업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VR 콘텐츠를 개발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디바스는 로보트태권V, 테마파크같이 ‘즐길 수 있는’ VR 콘텐츠 제작과 재난 발생 시뮬레이션, 군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분대 전투 시뮬레이션, 수영 교육에 들어갈 VR 콘텐츠 등 공익성을 띄는 사업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신 대표가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는 수영 시뮬레이터 VR 콘텐츠 제작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초등학교에서의 생존수영 교육 의무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전국 초등학교 중 수영시설을 갖춘 학교는 지난 2015년 기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설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VR을 통한 수영교육이다. 신 대표는 “이런 사업들을 맡아 진행할 때는 사명감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3D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공업디자인학과 학부생 시절이다. 3D 디자인 프로그램 전문업체 ‘오토데스크’가 지난 1995년 주최한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및 애니메이션 공모전에서 덜컥 대상을 받은 일이 계기가 됐다. 그는 대한민국에 스크린 골프 붐을 일으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스크린 골프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으나 10년여에 걸친 골프존 협력업체로서의 인연의 끝은 아름답지 않았다.
신 대표는 “초창기 골프존의 개발 협력사로 참여했는데, 회사가 커지고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리한 요구가 늘어났다”며 “갑작스런 골프존 측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적금까지 깨면서 선투자비를 확보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골프존이 일부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 횡포를 일삼는다는 얘기가 수면위로 떠오르며 논란에 휩싸였다. 급성장하던 사업은 쪼그라들었고 골프존과 신 대표가 결별한 것도 이 시기였다.
2014년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골프존은 부담을 덜기 위해 디바스에 정리를 통보했고, 디바스는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었다. 당시를 떠올리던 신 대표는 “업계에 발을 들인 20여년 중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힘든 시기는 오히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기댈 곳이 없으니 잘 하는 부문을 특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하던 중 가지고 있던 3D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VR 콘텐츠 개발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신 대표는 “십수년간 3D 시뮬레이션 골프장을 구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보니 지형지물 재현하는 것에 자신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VR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에서 디바스만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체험용 무료 VR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췄다. 그는 “현재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풀려있는 무료 VR 콘텐츠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며 “양질의 VR 어플을 통해 VR을 경험하고 VR이 가진 가능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아직 크게 피부에 와 닿지는 않겠지만 이미 VR이 곳곳에 활용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활발하다”며 “머지않아 VR이 상용화된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