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딥마인드(DeepMind)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공동창업자인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지난달 26일 홍콩으로 날아갔다.
올해로 아흔살인 '늙은' 학생에게 AI 수업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늙은' 학생은 바로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다.
수업시간 허사비스 CEO가 AI 연구방향과 각종 응용에 대한 단계적 성과를 들려줄 때마다 필기도구를 지참한 리 회장은 열심히 메모하는 등 지적 호기심을 보였다. 그가 수업을 들으며 흥분한 나머지 몇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선생님'을 당황케 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온라인에는 아흔의 나이에도 새 지식을 탐구하는 리 회장의 학구열을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사실 리카싱 회장의 딥마인드에 대한 관심은 구글에 인수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 회장 산하의 벤처캐피털 업체 호라이즌벤처스는 딥마인드 창립초기부터 주요 투자자였다. 구글이 2014년 딥마인드를 인수할때 지분을 넘기며 그는 수 배에 이르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리 회장의 IT 방면의 '선견지명'적인 투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호라이즌벤처처스는 인터넷전화서비스 스카이프(200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2007년), 음성인식 기술업체 시리(2009년), 캐나다 전자책 회사 코보(2009년), 음악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2009년), 인공지능 스타트업 어펙티바(2012년) 등 유망한 IT기업에 초기투자를 해서 커다란 수익을 남겼다.
리 회장은 지난 해 10월엔 3D 프린팅을 이용한 자동차 생산, AI, 빅데이터, 하이테크 푸드 등과 관련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리카싱 회장은 자수성가한 중화권 갑부로 유명하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그는 15세 때부터 생계를 위해서 시계 외판원 등 밑바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부를 일궈 오늘날 홍콩 최대 갑부가 됐다.
그가 아흔살 고령에도 불구하고 기술 분야에 대한 사업 통찰력이 만만치 않은 것은 높은 학구열에서 비롯된 것이다.
리 회장은 수십년간 매일 아침 7시30분 선생님을 초빙해 개인과외를 받고, 잠들기 전엔 30분씩 새로 나온 책을 읽는 습관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인들이 그에게 성공의 비결이 뭐라고 답했을 때 그는 주저없이 '공부'라고 답한다.
리 회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지식경제 시대에 어떤 업종을 막론하고 돈만 있고, 지식과 새로운 정보가 없다면 전력분투하면 할수록 실패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지식은 있지만 돈이 없다면, 조그만 투자도 곧 수익을 남기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십년전과 비교해 성공 가도에서 돈과 자금이 하는 역할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