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각종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DSR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사들이 대출을 실행할 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소득 수준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판별해서 집행하기 때문이다.
◆DSR 조기 도입 추진··· "가계부채 증가세 잡는다"
금융당국은 요즘 DSR 조기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017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보고'에서 오는 2019년까지 3단계에 걸쳐 전체 금융권의 여신심사 기준을 DSR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달 중 DSR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참고해 DSR 표준모델을 만들어 각 금융회사에 전달할 방침이다. 금융사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17일부터 소득의 300%를 적용한 DSR을 도입했다. 당국은 시중은행에 DSR을 우선 적용한 후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상승 가능한 금리를 적용한 스트레스DTI와 DSR 산출은 가이드라인 정착과 시장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카드할부·마이너스 통장도 포함··· "서민들은 어쩌나"
DSR이 적용되면 대출 규모가 감소하는 데다 일정 소득이 없으면 대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액을 뜻한다. 대출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이를 모두 갚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실제로 DSR은 총부채상환비율(DTI)에는 없는 신용카드 할부금이나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도 신규 대출 시 고려 대상에 포함된다. 개인의 대출현황을 세세하게 따져 돈을 빌려주기 전에 부실을 막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의 DSR 기준이 300%라고 하면 연봉이 4000만원인 경우, 대출로 갚아야 하는 금액이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2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대출금+이자'의 합이 1억2000만원에 가까울수록 신규 대출은 어려워진다.
금융위가 차주의 근로소득 지속가능성과 소득창출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DSR을 단계적으로 전 금융권에 도입하려는 이유다. 다만 강제성은 없다. 금융당국은 표준모델을 참고하되 각 금융회사의 특성에 맞게 DSR 적용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DSR이 전 금융권에 적용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세는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DSR은 대출 축소가 목적이 아니라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주는 취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은 대출이 어려운 반면 돈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라며 "빚을 내서 돈을 버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 같은 대출 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LTV·DTI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 발언은 금융당국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의 원인을 전혀 알지 못하고 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LTV·DTI 규제 완화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주로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시중 유동성 확대와 주택분양시장 활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