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31일부터 시작하지만 안방에서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실제 가구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기존 HD TV로는 UHD 방송 수신 자체가 불가능하고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UHD TV 보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한 UHD 방송 시청도 불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지상파 UHD 방송 수신가이드'를 통해 2016년형 이전에 구입한 UHD TV는 TV제조사에서 별도 판매 예정인 셋톱박스(방송 수신장치)와 UHF 안테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형 이전에 판매된 UHD TV가 유럽식(DVB-T2) 표준에 맞춰 생산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채택된 UHD 표준기술은 미국식(ATSC 3.0)이어서 유럽식으로는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식 표준으로 생산된 기존 UHD TV에서도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별도 셋톱박스를 7만원에 판매한다. UHF 안테나 가격도 수만원대에 달해 결국 2016년형 이전에 판매된 UHD TV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청하려면 15만원에서 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셋톱박스 없이 바로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미국식 표준기술이 탑재된 UHD TV 신제품은 올해 초 출시돼 보급대수가 미미한 실정으로, 업계에서는 판매량을 100대 안팎으로 본다.
지상파 UHD 방송 수신이 당장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한 재송신이 대안으로 주목받지만, 지상파 3사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3사가 UHD 방송을 내세워 재송신료(CPS)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어 재송신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당장 지상파의 UHD 방송을 재송신할 필요성이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상파 3사는 UHD 방송의 직접수신을 원칙으로 세웠지만, 지상파 TV만을 수신해 시청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UHD 본방송을 수신해도 당장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3사는 올해부터 5%씩 UHD 콘텐츠 제작을 늘려 2019년에는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UHD 방송 시청자가 극소수인 상황이 지속되면 UHD 콘텐츠 제작에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UHD 신규 콘텐츠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UHD 방송 서비스와 연관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은 이제 서비스가 막 시작됐기 때문에 당장은 시청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UHD 방송 시청이 늘고 수요가 많아지면 UHD TV 보급과 UHD 콘텐츠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