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후 70년 서방 우호관계 균열 위기…독일 "미ㆍ영 더이상 못믿어"

2017-05-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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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주의 VS 자유주의' 대립양상 …메르켈 EU 결속 강조

지난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타오르미나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다른 이들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더이상 아닌 것 같다" 2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정당 행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위와 같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를 마친 뒤 첫 행사서 나온 이 발언은 유럽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외신들은 이날 전했다. 

◆ "관계변화 분수령이 되는 발언"··· 2차대전 뒤 70년 우호관계 '흔들' 
블룸버그 통신은 "메르켈의 발언은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2차 세계대전 뒤 오랫동안 다져온 의존적 상호관계가 어느 정도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취임 뒤 첫 순방에서 서구 국가들과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가진 연설에서 회원국이 충분히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책망했으며, 독일이 미국의 무역적자에 상당 부분 일조를 하고 있다면서 "매우 나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미국은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으로 놓으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국제적 공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메르켈 총리는 28일 연설에서 "지난 며칠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우리가 상대방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기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면서 "유럽은 이제 독립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에서의 회의와 G7 모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메르켈 총리의 소회는 결국 '불신'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그는 “물론 우리는 미국, 영국,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우호적으로 지내야지만, 우리 미래를 위해서는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협회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트위터에 메르켈의 발언은 "분수령적인 발언"이라면서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피하려고 했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 '국수주의 VS 자유주의'··· 4개월 남은 선거 재선 확실시 

메르켈의 발언은 단순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국수주의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BBC는 "이날 메르켈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열정적이었으며, 솔직했다"면서 "결국 트럼프의 미국과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의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라고 전했다. 특히 자유무역과 EU를 옹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당선은 메르켈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또 "평화와 자유"가 있는 유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국수주의에 대한 경계감을 강력히 표명했다. 그는 또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선거 결과를 예로 들면서 EU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으로부터 떠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주의 세력인 마린 르펜에 맞서 승리를 거뒀을 때 “우리 공통 가치에 대한 강력한 신호”라고 말한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표명했다. 그는 “나는 마크롱이 국정을 잘 운영하기를 바란다면서, 사람들이 취업을 통해 미래를 다시 얻으며, 젊은이들이 다시 유럽을 신뢰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독일이 도울 수 있을 때라면 언제든지 도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9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4선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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