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정 이행하라"…G7 정상회의서 反트럼프 시위도 '후끈'

2017-05-2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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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입은 자유의 여신상 등장…대규모 'No G7' 행진도 예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새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에서 개막한 가운데 반(反)트럼프 시위도 달아오르고 있다.

26일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정상이 얼굴을 맞댄 타오르미나의 옆 동네 자르디니 낙소스.

이곳의 해안가에서는 그린피스, 옥스팜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화석 연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환경정책에 역행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기후변화 이행을 강조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들 시위대는 보안을 우려한 당국이 타오르미나의 경우 거주민에게조차 출입증을 패용해야 드나들 수 있게 할 정도로 통제를 강화하다 보니 인근 자르디니 낙소스를 시위 장소로 택했다.

8개의 카약에 나눠탄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바다에서는 '지구가 우선'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해변에서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4m 높이의 자유의 여신상을 공개했다. 이 자유의 여신상은 기후 변화로 초래된 해수면 상승 위협과 그로 인한 난민들의 고난을 상징하는 것이다.

7개국 정상을 나타내는 마스크를 쓴 옥스팜 활동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를 시사하고 있는 '파리기후협정'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정의 이행을 촉구했다.

자르디니 낙소스 시청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유럽과 북미를 향해 정든 고향을 등지는 이민자들처럼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시위 참여를 위해 멕시코에서 건너 온 토마스 콘살레스 신부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제대로 된 서류가 없는 이민자들은 늘 송환 공포에 시달리며 극도의 불확실성으로 고통받고 있다. 장벽을 건설하는 정책은 대서양 양안에서 난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27일에는 이곳에서 '노(No) G7' 시위대 최대 3천5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진도 예정돼 있다.

자르디니 낙소스 시장은 폭력 시위가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시내 모든 상점들에게 문을 닫을 것을 명령했다. 또, 가게와 식당들에 병에 든 알코올 음료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이탈리아는 2001년 북부 도시 제노바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반 세계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 1명이 사망하고, 수 십 명이 부상하는 등 사상 최악의 과격 시위로 몸살을 앓은 전례가 있다.

하지만, '노 G7' 시위대는 기자회견에서 "미디어의 관심을 거대 경제 권력과 군사화, 기아, 난민의 죽음 등과 같은 현실의 문제들로부터 돌려놓기 위해 폭력 시위에 대한 우려가 의도적으로 조장된 것"이라며 "상인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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