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2년여 출입하면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꼽으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던 날과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그 '역사의 현장'을 함께하며 가장 마음이 갔던 사람들은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아니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에서 시작됐던 '촛불 혁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기까지,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지만 너무 멀었던 사람들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 이야기다.
이후 "세월호 아이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대선 운동 과정에서 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던 대선 후보가 이제는 대통령이 됐다.
그 대통령은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15일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엿새 만의 일이다.
지난 18일 열린 37주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런 대통령에게 믿음이 간다고 했다. 한 유가족은 "우리끼리 4·16 참사 이후로 처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고, 애국가를 불러봤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진짜 희망이 생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18 추도사에서 5·18 희생 영령과 세월호 희생자를 언급하며 "다시는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갈 길은 멀다. 세월호 7시간 진실 규명, 피해자 배·보상, 재발방지책 마련까지 첩첩산중이고 가시밭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다고 천명하는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울지 마세요. 기념식 끝나고 아버지 묘소에 참배하러 같이 갑시다." 지난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추도사를 마치고 퇴장하는 유족 김소형씨를 안아주고 한 말이 지금까지 들었던 정치인들의 어떤 말보다 믿음을 줬던 것 같다. 억울하고 힘든 사회적 약자에게 제일 먼저 눈길을 주고, '같이 가자'고 먼저 손 내밀며 위로하는 대통령을 계속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