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불한당' 덕후 몰이 제대로 할 新누아르의 등장

2017-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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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기사는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극 중 현수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왼쪽)과 재호 역의 설경구[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 뵈는 현수(임시완 분). 어려서인지 본디 날 때부터 그랬는지, “혁신적 또라이”의 면모를 갖춘 그는 ‘교도소의 대통령’ 재호(설경구 분)의 눈에 들게 된다. 재호는 범죄조직의 2인자로 우두머리를 치고 1인자가 되기 위해 판을 짜고 있던 상황. 남다른 카리스마와 정치적 판단력으로 교도소 안에서도 권력 싸움을 제패, 출소를 기다리고 있다.

재호는 교도소에서 우연히 만난 현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현수 역시 재호를 따르며 마음을 열어간다. 끈끈한 의리를 다지던 두 사람은 출소 후에도 서로의 곁을 지키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있다. 감춰왔던 야망과 진실이 드러나고 속내를 알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인생은 뒤통수에 달려 있는 법. 배신은 이미 시작됐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제작 CJ엔터테인먼트 폴룩스㈜바른손·배급 CJ엔터테인먼트, 이하 ‘불한당’)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2012년 영화 ‘청춘 그루브’로 데뷔, ‘나의 PS파트너’로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변성현 감독은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과 이야기로 관객들을 맞는다.

사실 언더커버 소재는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익숙한 소재에 낯선 스타일링을 접목, ‘불한당’만의 매력을 일궈냈다. 변 감독이 주 무기로 내놓은 것은 아름다운 미쟝센, 색감 및 만화적 구성이다. 리얼리티보다는 영화적 성취를 높이는 데 집중했으며 스토리를 녹여낸 빛의 활용이나 카메라의 앵글 등 실험적이면서 아름다운 볼거리로 보는 이들의 이목을 붙든다. 또 화려한 색감으로 하여금 장소, 시점을 오가며 비주얼 임팩트를 강조, 관람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언더커버 소재·범죄액션의 공식을 허물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을 겪거나 동료들에게 휘둘리는 형사는 영화 ‘불한당’에는 없다. 극 중 언더커버 형사 현수는 극의 중심이며 사건의 키(Key)를 쥐고 있다. 능동적 캐릭터로서 형사로 돌아갈 것인지, 범죄조직에 남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오직 현수의 몫이다.

변주를 택했지만 언더커버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잃은 것은 아니다. 현수와 재호, 병갑과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긴장감을 주고 이들이 가진 치명적 약점, 비밀을 관객에게 공유함으로써 영화는 더욱 풍부하고 쫀쫀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극 중 캐릭터가 가진 감성 또한 인상 깊다. 재호와 현수, 배우 설경구와 임시완의 감성 및 호흡은 어쩌면 멜로에 더 가깝다. 영화 전반의 긴장은 두 캐릭터의 관계성 및 호흡에서부터 이루어진다. 긴장과 진득한 감정, 멜로를 기반으로 한 관계는 두 배우를 여느 작품보다 더 섹시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김희원, 전혜진, 이경영, 김성오, 허준호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도 뛰어나다. 특히 병갑 역의 김희원과 천 팀장 역의 전혜진은 기존 언더커버 영화에 등장하는 3인자와 형사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키며 매력적 인물로 완성해낸다. 허준호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요컨대 영화 ‘불한당’은 ‘덕후’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 적인 측면을 비롯해 매력적 캐릭터, 인물 간의 관계성, 미술, 액션, 조명, 의상 등 시쳇말로 ‘덕질’하기 좋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관객들의 기대치는 이미 높아진 상황. 기대에 걸맞은 요소들로 관객몰이 역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오늘(17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0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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