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정권교체와는 무관하게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남북 및 북미 사이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탐색용 카드라는 관측과 기선제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다중포석'인 셈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7차례에 달하며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 문재인 정부 '떠보기' & '기선 제압용'
이날 북한의 도발이 미국 백악관의 한반도 담당자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조율을 위해 15일 방한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하다.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15일부터 16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방한, 청와대 및 외교부 당국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날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등과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재단'의 수잔 디매지오 국장, 피커링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1.5트랙'(반관반민) 대화가 열리는 등 북미관계도 점차 변화 기미가 나타나고 있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탐색과 함께 한반도 정세 변화로 북미, 남북간 대화 국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몸값'을 올리고 문재인 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기선 제압용'이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북한의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서, 상대적인 저강도 도발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1.5 트랙 대화를 마친 최선희 국장이 13일 귀국 길에서 "(미국과)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히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 어떻게 펼쳐질지, 한미 공조체제가 이번 정부에서 어떻게 이뤄질지를 탐색하는 차원에서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마이웨이' 행보
또 미국의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상황에 발사가 이뤄진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거나, 미국의 압박과 관련 없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우리 새 정부의 반응이나 대응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이번 발사 역시 북한의 마이웨이 행보로서, 개발 계획대로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일대일로' 포럼 앞서 대화분위기 조성
아울러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북한이 주도하는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한미와 북한이 대화의 '조건'을 언급하는 시점인 만큼 상대의 요구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기세싸움의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2016년 9월에도 중국 항저우에서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를 가지고 정상회담을 끝낸 직후에 노동미사일 3발을 동해로 발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교수는 이어 "북한은 과거 '벼랑끝 전술'을 통한 위기 조성으로 상대방이 대화에 호응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국면 전환의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반도 불안정성을 부각함으로써 이를 '일대일로' 행사의 의제로 만들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