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뒤통수 맞았다..러, 트럼프-키슬랴크 회동 사진 공개

2017-05-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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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 그리고 러시아 내통 스캔들의 중심인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오른쪽)의 모습. 이 사진은 10일 러시아 외무부가 가장 먼저 일반에 공개했다. [사진=EPA/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내통 의혹의 중심인물과의 밀실 회동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해임 이후 러시아 유착 수사에 압력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러시아의 깜짝 사진 공개에 백악관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가디언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진은 러시아 외무부와 관영매체 타스 통신이 1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함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키슬랴크 대사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 보좌관을 낙마시킨 러시아 내통 의혹의 중심인물이다. 플린 전 보좌관은 대선 직후 키슬랴크 대사를 만나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유착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정치 스캔들이 이처럼 클 때 굳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접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개우뚱했다. 특히 백악관 집무실은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얻거나 상대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이용되는 장소로 간주된다.

이번 회동 후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문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아프가니스탄 상황, 우크라이나 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의 취재에서 배제된 미국 언론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CNN의 앵커 울프 블리처는 "미국 사진기자의 출입은 허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입장이 허용됐을 때에는 이미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키슬랴크 대사가 모두 떠난 뒤였다. 게다가 앞서 백악관은 보도 자료에서 이 자리에 키슬랴크 대사가 동석한다는 내용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이번 회동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백악관은 러시아가 이 사진을 기록용으로 촬영하고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는 회동 몇 분만에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기자들의 문제 제기에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일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다른 데 시간을 썼더라면 지금 미국의 문제가 이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백악관 관리들이 속으로는 러시아가 신뢰를 깨뜨렸다면서 분개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키슬랴크 대사를 아나톨리 안토노프 외무차관으로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타스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안토노프 외무차관에 대한 인준안을 하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키슬랴크 대사의 경질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국장 해임에 대한 화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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