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 의혹으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은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201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1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전날 남부 파라나 주의 주도(州都) 쿠리치바 시에 있는 연방법원 청사에서 조사를 받고 나서 2018년 대선에서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자신에 대한 사법 당국의 조사를 '정치적 탄압'으로 부각하면서 대선 행보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룰라가 지난 2009년 상파울루 주 과루자 시에 있는 복층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형 건설업체 OAS로부터 뇌물을 받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문이 진행됐다. 룰라 측은 아파트 취득과 관련해 어떠한 위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연방법원 출두에 앞서 쿠리치바 거리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룰라는 부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법 당국의 조사가 구체적인 증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당 내에서는 룰라를 2018년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당 소속 글레이지 호프만 상원의원은 "룰라를 배제한 '플랜 B'는 없다"면서 "우리의 계획은 룰라를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의회 탄핵으로 물러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도 "룰라는 '의회 쿠데타'로 집권한 현 정부의 퇴행을 막을 중요한 사람"이라며 룰라의 2018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룰라는 부패와 뇌물수수, 돈세탁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수차례 기소됐고, 이후에도 부패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연방법원이 부패혐의를 인정하면 룰라의 2018년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룰라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 전 대통령이 29%로 선두를 유지했다. 극우 성향 기독교사회당(PSC)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루 하원의원과 환경보호를 앞세우는 정당인 지속가능 네트워크(Rede)를 이끄는 마리나 시우바 전 상원의원이 11%로 공동 2위였다. 모루 판사가 9%로 뒤를 이었고,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과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시장, 브라질 사상 첫 흑인 사법부 수장이었던 조아킹 바르보자 전 대법원장, 좌파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대표 등은 5%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율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룰라는 시우바 전 의원과 모루 판사에게는 패하고, 다른 후보들을 상대하면 모두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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