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인도네시아 아체 주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 검사가 두 명의 남성에게 동성애 혐의를 물어 태형 80대를 구형했다. 앞서는 기독교도인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코란 신성모독 혐의로 2년 실형이 선고된 가운데 인도네시아 사회의 급진적 이슬람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샤라이 법원에서 굴마이니 검사는 피고인 두 명이 동성관계를 시인했고 영상이 뒷받침한다면서 판사에 80대 태형을 구형했다.
아체는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샤리아법을 적용하는 유일한 주다. 인도네시아 국민 80% 이상은 무슬림이지만 대체로 온건파다.
그러나 최근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이슬람 강경파를 등에 업은 아니에스 바스웨단이 종교적 공세를 이용하여 중국계 기독교도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주지사를 밀어내고 당선된 이후 인도네시아 사회의 급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특히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아혹 전 주지사가 이슬람 경전을 신성모독했다는 혐의로 실형 2년을 선고받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는 재선을 준비하던 작년 9월 코란이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말에 "해당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았다면 내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기소됐었다.
아혹 전 주지사의 지지자 수천 명은 이 같은 판결에 항의해 9일부터 사흘째 자카르타 시청과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은 아혹 주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행 신성모독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