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돌연 해임 조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코미, 소신 발언으로 트럼프 심기 건드려"
'분위기 쇄신'을 해임 명분으로 들었지만 코미 국장의 임기가 2023년까지 6년이나 남은 데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던 인물인 만큼 갑작스런 해임에 의문이 나온다. 일단 미국 언론들은 코미 국장의 최근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코미 국장은 지난 3월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 오바마 행정부의 트럼프 캠프 도청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이른바 '오바마 도청' 주장으로 러시아 스캔들을 물타기하려던 트럼프의 작전에 반기를 들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를 통해 "코미 국장의 최근 행보는 해임 구실을 찾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 '러시아 개입설' 후폭풍 거셀 듯
시기적으로도 FBI의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의 내통설 관련 수사가 진행되던 중인 만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지난 2월에는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받고 취임 25일 만에 사임하기도 했다.
그 외 측근 다수가 러시아와의 접촉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해임 조치가 오히려 반감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코미 국장의 해임 소식이 나오자 야당인 민주당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 공백이 생긴 만큼 의혹을 조사할 독립적 특별검사 지명까지 촉구한 상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지명을 요구하면서 "러시아 내통설 조사가 대통령과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블루멘털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워터게이트 이후 미국 사법 체계가 위협을 받고 신념 자체가 흔들린 적은 처음"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 2003~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법무부 부장관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임명으로 FBI 국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 대선을 열흘여 앞둔 지난해 10월 28일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문제의 재수사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당선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보류한 뒤 미 대선을 둘러싼 러시아 정부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코미 국장은 해임 통보조차 언론을 통해 전달받는 등 굴욕적으로 임무를 마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