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선 당일에도 '보수세력 청산' 주장하며 내부결속 다져

2017-05-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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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 반응은 이튿날 짧게 할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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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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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 관영매체가 한국의 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에도 '보수세력 청산'을 주장하며 선거 개입 의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물리적 도발 등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내부 결속을 과시하는 등 남한의 대선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반동 보수세력의 청산은 민심의 요구'라는 제목의 정세 논설을 싣고 "보수 패당을 깨끗이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새 정치, 새 생활, 새 세상을 안아오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설은 "오늘 남조선에 펼쳐진 처참한 현실은 괴뢰 보수 패당의 반역 정치와 부패 무능의 필연적 결과"라며 전임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어 "괴뢰 보수 패당이 남조선 인민들에게 가져다준 것이란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였던) '국민 행복시대'가 아니라 최악의 불행시대, 민생도탄 시대"라며 "낡고 부패한 세력의 멸망은 필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인민들은 박근혜 역도를 징벌한 그 기세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역도의 공범자들이며 역사의 반동들인 괴뢰 보수 패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자신들의 한을 풀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한국 대선을 앞두고 공식매체와 대외 선전용 매체 등을 연일 동원해 보수 정당 등을 비판하고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며 선거 개입을 시도해왔다.

북한은 또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추대 1주년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미국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김 위원장의 추대 1주년 기념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자신들을 향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정신차리라'며 제재가 통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9000자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기사에서 "온 겨레와 세계의 커다란 관심 속에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성대히 진행된 때로부터 1년이 되였다"며 "전당, 전군, 전민의 한결같은 의사와 염원에 따라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노동당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1면 톱에 "노동당 제7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역사적 진군을 힘있게 다그쳐온 지난 1년은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일심단결하여 나아가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은 언제나 승리와 영광만을 떨쳐가리라는 것을 뚜렷이 확증해주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또 개인 명의로 '이성을 잃은 자들의 부질없는 객기'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시간은 바로 우리의 편에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우리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충고'하며 "우리가 핵 억제력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평은 아울러 "경제 및 외교적 봉쇄로 우리가 스스로 물러앉아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지금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저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대국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어째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현 시대는 대국들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미·중 공조도 에둘러 비난했다.

노동신문의 이날 논평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과 미국 관리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1.5 대화'가 열리는 상황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이날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신설 직위인 당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한편 우리 군 당국은 19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높은 수준의 대북 군사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그동안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대형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한편, 북한이 연일 대선 개입 의혹을 보여온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북한이 역대 남한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공식 매체를 통해 세 문장 이내로 짧게 보도하는 경향을 보여온 것을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이전과 마친가지로 사실관계만 짧게 기사화하거나 아예 반응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2년 제18대 대선(12월 19일) 결과에 대해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선이 다음 날인 2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과 득표율 등을 생략한 채 한 문장짜리 기사를 송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12월 대선에 대해 북한 매체는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대선의 경우 선거일(12월 19일) 이후에 북한 매체는 세 문장짜리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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