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 ESCAP)는 8일 '2017 아태지역 경제사회 조사' 보고서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이 예상보다 보호무역장벽을 강화하는 데 대해 한국 등 14개 아시아태평양 국가 역시 무역제한조처로 맞서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같이 추산됐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장벽 강화로 선진시장으로의 수출이 15%, 아태 14개국으로의 수출이 10%씩 각각 줄어들고 리스크프리미엄이 200bp(1bp=0.01%포인트) 상승하는 한편, 시장신뢰도는 0∼100점 척도에서 10점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한 추산이다.
14개 아태 국가는 한국, 중국,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태국, 터키, 베트남 등으로 이 지역 내 총생산의 96%를 차지한다.
이들 14개국의 지난해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 올해는 5.0%, 내년에는 5.1%를 기록할 것으로 유엔ESCAP은 내다봤다.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 6.5%, 내년 6.4%, 한국은 올해 2.5%, 내년 2.7%로 전망됐다.
유엔ESCAP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 등 14개 아태국가의 성장률은 보호무역장벽 강화가 선진국에만 그칠 경우 0.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치지만, 이에 대해 아태국가들이 무역제한조처로 맞선다면 0.8%포인트, 이로 인한 파장이 확산하면 최대 1.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
성장률이 1.2%포인트 떨어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아태국가들의 올해 고용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유엔ESCAP은 내다봤다. 이 지역의 지난해 고용성장률은 1.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꽤 큰 타격이다.
유엔ESCAP은 아태국가에 있어 가장 중대한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무역, 통화, 이민 관련 정책전환은 중국의 상품 수출과 인도의 서비스 수출을 비롯해 아태지역 국가에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정책전환은 유럽의 대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맞물려 이미 글로벌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그 자체로 이미 아태국가에 대한 투자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유엔ESCAP은 지적했다. 이같은 무역과 투자 감소는 고용 전망에 타격을 주고 생산성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과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연장 중단 등 글로벌 돈줄죄기와 맞물려 아태국가에서의 통화완화 정책의 종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유엔ESCAP은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증가한 아태국가에서의 자본유출 압박은 미국이 인프라투자 등으로 재정 부양을 확대할 경우 재연될 수 있고 달러화 대비 아태국가의 통화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고 유엔ESCAP은 덧붙였다.
아태지역의 총생산은 글로벌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해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합친 규모에 육박하며, 현재와 같은 속도의 성장세를 이어가면 2050년에는 글로벌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글로벌 중산층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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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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