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화영 이준서 특파원 = '투자의 귀재'·'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정보·기술(IT) 종목에 대한 자신의 투자판단 오류를 인정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 주(州)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총에서다. 버핏은 주주와 언론인, 분석가 등 3만 명이 넘는 주총 참석자들과 함께 한 5시간 동안의 질의·응답에서 자신의 철학과 투자 계획 등을 털어놨다.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7일 미 언론들은 그동안 IT 종목에 거리를 두고, 에너지·항공·철도 같은 유틸리티 주(株)에 주력해왔던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했다.
세계 4위 부자인 버핏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보험 정책, 월가의 수수료 폭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그때 구글·아마존 샀어야"…IT 투자 늘리나 = 버핏은 IT에서는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우므로 오랜 기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왔다면서도 이 때문에 "구글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후회를 드러냈다. 지난 2004년 나스닥 상장 당시 50달러대였던 구글 주가는 1천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버핏은 제프 베저스가 이끄는 아마존에 대해서도 "베저스를 존경해왔지만, 그 재능을 과소평가했다"면서 "이 정도로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투자판단 실패를 시인했다.
애플에 대해서는 "미래를 배우기 위한 투자"라고 찰스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설명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애플 주식을 두 배 늘려 현재 1억3천3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이들 IT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을 '이상적인 사업'(ideal business)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핏은 IBM에 대해서는 "6년 전에는 (IBM이) 더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들어 IBM 보유주식 8천120만 주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매각했다.
아울러 버핏은 에너지 투자와 관련해선 "태양광과 풍력 종목에 대한 투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투자비중 확대(big appetite)를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석탄 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트럼프엔 또 쓴소리…웰스파고 유령계좌 '안일 대처' 비판 = 버핏은 미국의 현행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ACA)을 대체하는 미국건강보험법(트럼프케어·ACHA)은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버핏은 트럼프케어에 대해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엄청난 감세"라며 "감세가 있으면 적자가 늘어나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걷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의료비용이 "더 많이 올라갈 것"이라며 "의료비용은 미국 경제 경쟁력의 기생충"이라고 비난했다.
버핏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다만 버핏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방침에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선호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버핏은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일명 '유령계좌 스캔들' 대처에 대해서는 전직 경영진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했다. 버핏은 웰스파고의 지분을 10% 보유한 대주주의 한 명이다.
버핏은 "큰 문제가 있다면 최고경영자(CEO)가 낌새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CEO는 즉각 행동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월가의 헤지펀드에 대해서도 강한 질책을 내놨다.
버핏은 "치과의사를 찾아가거나 배관공을 부르면 그들의 전문성으로부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투자전문가들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더 잘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헤지펀드가 인덱스보다도 저조한 수익률을 내면서도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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