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안철수, 6시간 동안 1만2천보 걸으며 대구 민심 훑기(종합)

2017-05-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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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시간 뚜벅이 유세' 첫날…시내 곳곳 다니며 시민들과 직접 대화
"우리나라에 미래 있다는 믿음 가지는 소중한 시간"…내일 고향 부산서 도보 유세

(대구=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1만2천154. 4일 오후 8시48분 현재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손목에 찬 건강관리용 스마트워치에 찍힌 걸음 숫자다.
한 걸음을 80㎝로 잡으면 대략 10㎞에 달하는 거리다.

안 후보가 이날부터 시작한 '120시간 뚜벅이 캠페인' 도보 유세의 첫날 기록이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50분부터 약 6시간 동안 동대구역과 동성로 거리, 경북대, 서문시장 등 대구 시내를 오로지 두 발을 이용해 누볐다.

유세 기간 즐겨 입던 흰색 와이셔츠와 초록색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흰색 밴 차량에서도 내렸다. 대신 연두색 옥스퍼드 셔츠를 반소매로 걷어붙이고 운동화를 신으며 '뚜벅이 차림'으로 변신했다.

그의 첫 여정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동대구역 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출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민심 깊숙이, 국민 속으로 찾아가 말씀을 나누겠다"며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 않으냐.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과 함께 깊숙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된 지방 유세 강행군에 목소리는 다소 쉬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출발에 앞서 운동화의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맨 안 후보에게 벌써 많은 사람이 몰려와 '셀카'를 찍고 악수를 하며 사인을 요청했다.

악수를 청한 한 50대 남성에게 안 후보가 "요즘 대구 민심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저는 안철수입니다. 진정성이 있어서요"라는 반가운 답이 돌아왔다. 이에 안 후보는 "진정성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역사 안에서는 '안철수 파이팅'을 연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안 후보는 "고맙습니다. 파이팅할게요"라며 연신 답례했다. 때로는 시민들의 응원에 감격한 듯 얼굴이 상기되기도 했다.

역에서 나온 안 후보는 동대구 역 앞에서 군밤을 파는 노점상인에게도 "마음 편하게 자영업 하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대구 동부소방서에 들러선 대원들을 격려하고 "국민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소방청 독립 등 관련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동대구지구대에서도 "고맙다"며 일일이 인사를 하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분들을 잘 대접해야 선진국"이라며 경찰 처우개선과 수사권 독립 공약을 소개했다.

안 후보는 장소를 이동할 때는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직접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라타 워킹맘, 자영업자 등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버스에 탄 한 20대 남성에게 "홍준표 후보에 대해서 대구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당황케 하기도 했다.

경북대에선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노천 계단에 둘러앉으며 즉석 '청춘콘서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대학생들의 취업난 등 고민을 듣고 나름의 해법과 공약을 제시했다.

또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도 많이 해야 정치가 청년들을 무서워한다"며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경북대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피켓을 들고 있던 선거운동원들과도 웃으며 악수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후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 공간이 있는 중앙로역을 찾아선 "너무 참혹하다. 이게 또다시 반복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며 "이런 일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국가 구조를 바꾸겠다. 책임자 처벌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놔두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서문시장을 찾은 안 후보는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난번 화재 이후 피해 복구 상황 등에 관해 물었다. 저녁 식사는 시장통에서 수제비로 해결했다.

안 후보는 이날 첫 도보 유세를 마친 소감으로 "기존 유세처럼 할 말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고 제 생각 말했다"며 "6시간 넘게 흘렀지만 제게는 정말로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제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다시 한 번 더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마치는 날까지 온몸을 던져 세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강행군인 만큼 중간중간 '재보급'도 필수적이었다.

안 후보는 한 할머니가 건네주는 요구르트를 '원샷'하고, 아파트 상가의 슈퍼마켓에 들러서 아이스크림 5개를 사고 하나는 직접 먹기도 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날 대구는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어 몹시 덥지는 않았다.

주요 대선 후보인 만큼 평소에는 많은 인원이 따라붙지만, 이날은 천근아 공동 선대위원장과 조광희 비서실 부실장, 김경록 대변인 등만이 가까이서 수행했다.

경호 인력도 사복으로 갈아입고 숫자를 줄여 최대한 시민과의 거리감을 없애고자 했다.

등에 둘러멘 까만색 배낭에는 바람막이와 물, 휴지, 선크림, 목캔디 등이 들어있다고 안 후보가 직접 밝혔다.

안 후보는 5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두 번째 도보 유세를 이어 간다.

ljungberg@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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