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기지개를 켰다. 최근 ‘출국금지’ 족쇄에서 풀려난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본격적인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총수일가 경영비리, 최순실 게이트,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등 대내외적 악재가 계속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 그러다 지난달 법원에 의해 출국금지가 해제되면서 비로소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에 장기 출장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형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를 완벽히 차단하는 동시에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수순을 밟아 지배력도 한층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이번 미국행은 1주일간 이어질 강행군 일정”이라면서 “허쉬·IBM 등 롯데의 해외 파트너사들을 비롯해 미국 뉴욕의 글로벌 금융사 등과 직접 접촉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장기적인 우호적 관계를 다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우선 식품업체 허쉬 회장과 만나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달 6일 생산중단 명령을 받은 상하이 소재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 관련 논의를 주로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은 허쉬와 롯데제과의 합작법인이다.
특히 신 회장은 세계적 정보통신(IT)기업 IBM과의 만남을 통해 올해 그룹 비전으로 제시한 ‘4차 산업혁명’ 추진의 분수령으로 삼을 전망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12월 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클라우드 기반 인지컴퓨팅기술 ‘왓슨’ 솔루션을 도입했다. 롯데는 유통 사업 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또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탄분해시설(에탄크래커·ECC) 건설 프로젝트 합작사인 ‘엑시올’ 관계자도 만난다.
이어 뉴욕에 들러 지난 2015년 인수한 ‘더 뉴욕 팰리스(구 팰리스호텔)’의 영업 상황도 둘러볼 예정이다. 아울러 JP모건·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사 경영진들과도 만나 글로벌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출금 해제된 신 회장이 이번 미국행을 통해 ‘뉴롯데’ 체제 확립을 위한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는 셈”이라며 “앞서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 작업에 돌입한 것도 오는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