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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20대 후반의 황혜신씨(서대문구·26)는 길게는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연휴가 그리 반갑지 않다. 명절도 그렇고 어느 때부터인가 공휴일이 길어질 때면 미리 가슴이 답답하다. '너 뭐 먹고 살래' 같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취업 잔소리'가 이제는 듣기 괴로울 정도다.
취업준비생에게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가족의 기대라는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청년실업률 10%, 취준생 1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누구나 즐거워야 할 연휴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보내야 할 이들도 적지 않다. 당장 청춘들에게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란 말이 일반화되면서 가정이나 가족보다는 독서실, 고시원이 피난처가 된 셈이다.
황씨는 "쉬고 싶기도 하고, 친척들을 만나 그동안 못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또 영화나 예능을 즐기고픈 작은 바람이 있지만 이 역시 사치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경쟁자들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책상에 앉아 교재를 넘겨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친척집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하루 일과는 오전 8시에 일어나 무심코 동네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게 서너 시간 공부하고서 아무 의미도 없이 끼니를 때운 뒤 다시 책에 파묻힌다. 어느덧 해가 질 때면 가방을 메고 휴식처로 돌아와 그날 일정을 마무리하는 게 반복된다.
공기업에 지원서를 수차례 낸 임지훈씨(26)는 노량진 공시족이다.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이 취업이란 그야말로 큰 고비를 넘기고서 연휴를 만끽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울적함만 더욱 깊어진다.
임씨는 "사실상 날마다 휴일이라 연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눈치가 크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눌 때 솔직히 편치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도서관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6명 이상(62%)이 연휴로 대표되는 '명절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으로는 '가족과 친척의 잔소리'(49%), '가족과의 만남 자체가 부담'(39%) 등이 꼽혔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정지훈씨(28)는 해마다 가정의 달인 5월이면 마음이 쓰리다고 한다. 공부할 때 덩달아 들뜬 느낌도 조금 들지만 본인 처지를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정씨는 "눈치를 주기보단 한마디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감싸주면 더욱 힘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