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 26일 저녁(현지시간) 파리 에펠탑 인근의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선 소설가 김연수와 프랑스 독자들이 동서양의 사랑을 주제로 정담을 나눈 조촐한 자리가 마련됐다.
그의 2003년작 중편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의 프랑스어판(번역 최미경·장노엘 쥐테) 출간을 기념해 주불문화원(원장 박재범)이 마련한 저자 강연회에서 독자들은 소설의 빠른 전개와 유머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김 작가는 소설에 나타난 유머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사랑은 본인에겐 너무 큰 진지한 일이어서 그것이 깨졌을 때는 엄청난 비극이지만, 좀 벗어나서 바라보면 그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노력과 실패와 슬픔과 바보짓에 웃을 수밖에 없는 일 같다"고 답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한국에서 초판이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은 원고지 400매 내외의 중편 소설이다. 작가의 나이도 초판 출간 당시 30대 초반에서 어느덧 4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자칫 뻔한 얘기로 흐를 법한 남녀 간의 사랑과 질투라는 기본 골격에 에세이적 장치와 다양한 대중문화 기호, 인문학적 상상력을 버무려 고급 사랑 방정식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목으로는 2000년대 초반 크게 유행했던 광고 카피 '선영아 사랑해'를 패러디했다.
동서양의 사랑에 대한 관념의 인식차도 있겠지만, 소설이 다룬 이야기가 결국 인류 공통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동양에선 (둘의 관계를) 반대하는 부모로부터 도망쳐서 둘이 같이 사는 이야기가 많은데 개인적인 문제로 가면 이 사람이 아니면 내가 살 수가 없다는 차원에서 사랑의 문제는 다 똑같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프랑스에 한국문학을 번역·출간해온 세르주 사프란 출판사를 통해 'Tu m'aimes donc, Sonyong?'(직역하면 '그런데 나를 사랑하니 선영?') 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독자들을 만난다.
출판사의 세르주 사프랑 대표는 김연수의 소설에 대해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그동안 황석영과 이승우 등 중견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해왔는데 이번엔 젊은 세대의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싶어서 그를 택했다"고 말했다.
사프랑 대표는 1990년대 초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해 20여 년 이상 지속적으로 한국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해오고 있다.
그가 1991년 공동 설립한 쥘마 출판사는 프랑스에 한국문학을 꾸준히 번역 출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한불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의 동시대 문학에 가장 정통한 프랑스인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쥘마 출판사의 한국문학 공동편집자로 일하다 2012년 자신의 이름을 딴 출판사를 차려 독립했다.
작품을 읽어본 프랑스 독자들은 이 소설의 유머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바스티에 씨는 "시민극 형태의 이번 소설을 통해 작가는 연인 간 소통의 방식과 미스테리한 질투의 감정에 관한 사유를 절묘하게 풀어냈다"며 "등장인물의 생동감 있는 대화는 독자들을 빠르게 소설 속으로 끌어당기고 곳곳의 유머들이 유쾌함을 더한다"고 말했다.
뫼동시립도서관의 사서 보귀밀라 자스트-모로 씨는 "김연수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 '쥘과 짐'에서 볼법한 보편적인 삼각관계 이야기를 통해 인물이 처한 복잡한 상황과 반응을 아시아적인 시적 정취와 유머러스한 문체로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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