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자살예방 상담센터 개소를 준비하다 스트레스와 우울 증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회사무처 직원에게 대법원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6일 국회사무처 청원담당 계장으로 근무하다 자살한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2012년부터 새로 민원인 응대가 포함된 청원담당 부서를 총괄하고, 생명사다리 상담센터 개소 및 운영 준비업무를 추가로 맡게 되면서 과중한 업무에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이어 "A씨가 자살을 택할 특별한 사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급격히 떨어져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스트레스 원인과 정도, 자살 무렵 정신상태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원심 판단은 공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12년부터 국회에 접수되는 청원이나 진정, 민원을 소관부서에 전달하거나 마찰을 빚은 민원을 수습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2013년부터는 자살예방을 위한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회 생명사다리 상담센터 개소 및 운영 준비도 도맡았다. 이 기간 그는 월 50시간 이상 추가근무 및 휴일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리와 엉덩이 통증, 만성 피로, 불면증에 시달리다 체중이 8㎏이나 줄어든 A씨는 병원 치료로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병가를 내 요양하던 중 자택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따른 자살은 공무상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그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하고 악화해 자살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하급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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