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 가거나 간간이 서거나
또 스쳐가는 그들을 지켜보다
철길을 건너다 핀 때 늦은 꽃다지
이미 잊은 봄꽃이라 여겼는데
가뭇없는 너를 기다린다
대부분의 스쳐감 속에
이따금 나를 기억해
가쁘게 손을 흔드는 사람
나부끼듯 그대를 맞고
또 아득함 쪽을 향해
너를 보내고 나니
약속없이 핀 찔레꽃
.....
한가한 여행길이라면 간혹 간이역에 들른다. 이맘때 정선선의 작은 역들이 아름답다. 기차는 서지 않고 스쳐만 간다. 대합실 먼지 쌓인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 그런 기차를 기다리다 보면, 아주 이따금씩 또 간간이 서는 것들도 있다. 한때는 그렇게 반가운 사람들을 맞고 또 그 속으로 사람을 보내며 손을 흔들던 누군가도 있었을 게다. 사는 것은 수없이 만나고 보내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그리 들른 여행길의 간이역 마당에는 한창 찔레꽃이 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