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신임 감독은 24일 잠실야구장 2층 기자회견장에서 LG의 공식 신임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갖고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자리에서 현 감독은 “LG도 감독인 나도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마음은 간절하다”며 “일단 내년 봄 농구부터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 감독은 지난 21일 계약 기간 3년의 조건으로 LG 사령탑에 올랐다. 휘문고-고려대를 나온 현 감독은 휘문고 시절 1년 선배인 서장훈(은퇴)과 함께 고교 무대를 평정했고, 고려대에서는 김병철(오리온 코치), 전희철(SK 코치) 등과 호흡을 맞추며 문경은(SK 감독), 이상민(삼성 감독), 서장훈이 이끈 연세대와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현 감독은 1998년 청주 SK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골드뱅크, KTF 매직윙스를 거쳐 LG에서 3시즌을 뛴 뒤 2009년 은퇴했다. 고교 시절 ‘득점 기계’로 불렸던 현 감독은 육중한 체구에도 뛰어난 탄력과 어시스트 능력으로 프로 무대에서는 ‘포인트 포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프로 10시즌 동안 397경기에 출전해 5268점(평균 13.3점) 1639리바운드(4.1개) 2067어시스트(5.2개)의 성적을 냈고, 통산 트리플 더블도 7개나 기록했다.
▲ LG 감독을 맡은 소감은?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LG 구단에서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재미있는 경기, 좋은 경기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 해설위원을 하면서 LG의 단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느꼈나.
LG 선수들은 개개인의 능력 굉장히 좋고, 가드 김시래 슈터 조성민 센터 김종규 등 포지션별로 잘 갖춰져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수비와 팀플레이에 약점이 있다. 그런 점을 보완하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 1990년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과 대결을 하게 됐다. 부담은 없나.
(이)상민이 형이 선수 때만큼 지도자로도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지도자 생활을 안 했기 때문에 형들한테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도록 하겠다. 또 제 밑으로 (서)장훈이 형도 감독으로 오고 싶어 하고 있다.(웃음) 제 밑에 아직 장훈이 형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하고 있다.
▲ 지도자 경험이 없다.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보여줄 것인가.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선수 때 굉장히 많은 경기를 해봤다. 농구 은퇴 후 해설을 하면서 선수 때보다는 폭 넓게 농구에 대해 새롭게 배웠다고 생각한다. 선수를 지도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우려하는 사람들 많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코칭스태프를 선임하면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 다만 접전 상황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다. 개개인을 살리면서 수비에서는 팀플레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 해설 하면서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나.
선수 때는 상대 선수와 상대 팀만 이기면 됐다. 해설을 하면서 전체 팀을 볼 수 있게 됐다. 어떤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어떤 패턴을 쓰는지, 경기 흐름을 읽는 게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뜻하는 대로 안 될 수도 있다. 어느 분이든 해설을 하면서 농구에 더 눈이 뜨는 건 맞는 것 같다.
▲ 예전과 달라진 농구장 열기를 느꼈을 것 같다. 책임감이 들지 않나.
이상민, 문경은, 추승균 형과 친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농구인들이 현재 다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경기력이 좀 더 좋아져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오픈 찬스에서 못 넣으면 창피해 했는데…. 요즘은 다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더라. 기본적인 기량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노력해야 한다.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도 느끼지만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 LG도 현역 시절 현주엽도 우승을 못했다. 부담감은 없나.
LG 선수들을 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선수든 자신감이 있어야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는 경기 익숙해진 것 같다. 기량이 정체된 선수들도 있다. 빨리 자기 자리를 찾고 자기 기량을 발휘한다면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LG도 우승이 없어서 우승에 목말라 있는데, 간절한 마음은 나와 창원 시민, 구단 모두 같은 것 같다. 선수들과 화합을 잘 하면서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 때론 강하게도 하고, 때론 선수들을 이해해주면서 팀을 이끌고 싶다.
▲ 현역 시절 굉장히 승부욕이 강했다.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가 있는가.
물론 다 지고 싶진 않다. 아무래도 LG에 있을 때 삼성이랑 경기를 했을 때 이기면 구단이 좋아했다.(웃음) 지금도 삼성이 잘하고 있고, 우승을 위해선 KGC나 삼성이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구단이다. 이상민 감독의 삼성이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이다.
▲ 외국인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
구단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종규가 있지만, 키 큰 선수 한 명에 안쪽에서도 간혹 바깥쪽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언더사이즈 빅맨이 한국 농구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큰 선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 현주엽의 농구는 ‘이것’이라고 말한다면.
LG 구단이 앞선이나 스피드 있는 농구를 잘하는 것 같다. 색깔을 하나로 말할 수 없지만, 높이를 장악하면서 빠른 농구를 해야 하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도자 롤모델이 있는가.
운동하면서 감독님들 여러 분 뵈었는데, 장단점을 많이 배웠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롤모델이라고 누구를 꼽을 수는 없지만, 장점을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 많이 돌아왔다. 지금 이 자리 어떤 의미가 있나.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은퇴 후 자신이 있던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게 꿈이다. 많이 돌아왔는데, 제 입장에서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농구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 당시 농구를 원 없이 하고 돌아보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농구를 원 없이 못했더라. 은퇴를 한 뒤 다시 오고 싶었다. LG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특별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 염두해 둔 코칭스태프 있는가.
감독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도 안 됐고, 감독 결정을 한 것도 3일밖에 안 됐다. 구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야구 같은 경우도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코치도 있다. 충분히 다 고려를 해볼 생각이다.
▲ 내년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를 크게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6강 플레이오프에 못 갔으니까, 일단 봄에 농구 해보는 게 목표다. LG가 단기전에 잘할 수 있는 멤버 구성이다.
▲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김종규 선수한테 가장 기대를 했고 가장 실망한 선수도 김종규다. 앞으로 가장 발전해야 할 선수도 김종규다. 스피드가 좋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데 코트에서 그런 장점을 발휘 못했다. 득점과 수비 모두 장점이 살아날 수 있게 다듬어야 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운동은 즐겁게 해야 한다. 훈련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코트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 아마 나에 대한 생각도 상견례를 마치고 나면 달라질 것이다. 난 보기보다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조성민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