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시대를 꿰뚫는 창이다. 회귀투표 성격이 강한 총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마다 체제를 뒤흔드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해방 직후 ‘건국화’를 시작으로 1970∼80년대 ‘산업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 길은 멀다. 퇴행적 정치도, 1%가 99%를 독점하는 경제 권력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할 새 시대 장자를 맞는 선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5·9 대선의 숨은 부분을 찾아 ‘공유·분권·자치·통일’ 등 포스트 신(新) 질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산업화 시대 부동산 가격 상승의 경험은 강렬했다. 역대 대선마다 ‘부동산 공약’은 선거 표심을 관통했다.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을 자산 증식과 계층 이동의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한 탓이다. 민주화의 상징인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이 중산층이 된 이후 보수화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승부의 종착지가 다가오자, 부동산의 ‘우 클릭’ 현상이 꿈틀댄다. 대표적인 게 ‘보유세 인상’에서 발 빼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연장’에 대한 침묵이다. 전문가들은 공약의 일관성 실기로 부동산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文·安, 보유세 발 빼기··· 공약 일관성 손상
19일 부동산전문가에 따르면 각 후보의 부동산 공약 평가는 △공약의 갈지자 △민감한 정책 침묵 △장밋빛 공약 등으로 요약된다.
갈지자 공약의 대표 격은 ‘보유세 인상’ 입장 후퇴다. 이는 애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으로 꼽혔다.
문 후보 측의 보유세 인상 논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0.7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09%보다 낮다는 것이었다. 문 후보는 좌 클릭 바람이 불었던 2012년 대선 때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이를 ‘장기 과제’로 전환한 뒤 대선 공약에서 사실상 뺐다. 안 후보 측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확답을 피했다. 대선 막판 중도 보수층 표심이 대선 변수로 작용하자 정책도 우 클릭으로 춤을 춘 셈이다.
실제 보유세 인상은 수십년간 지속된 진보진영의 핵심 정책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눈박이 행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유세 인상을 검토할 때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득세)는 외면한다는 것이다. 보유세는 낮지만, 거래세를 포함하면 GDP 대비 3.1%로 OECD 평균(1.9%)보다 1.5배가량 높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중산층 표심 최대 변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유예(올해 연말 종료) 연장 여부는 중산층 표심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는 재건축 추진 위원회 설립 승인 시점과 준공일 주택 가격을 비교, 조합원 가구당 이익이 3000만원 초과 시 최대 50%를 환수금으로 걷는 제도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여부는 잠실주공 5단지를 비롯한 강남 재건축과 뉴타운이 무산된 재건축 단지 지역 주민들에게 메가톤급 표심의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인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선 주자들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도, 이명박 정부 때도 재건축 분양가격 상승은 시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장밋빛 공약도 논란거리다. 대표적인 것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이다. 문 후보는 장기공급임대주택 11만 가구를 포함, 매년 15만 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 안 후보도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OECD 평균 8% 수준까지 확대(연 15만 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간 임대주택산업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해선 각론을 밝히지 않았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선거 과정에선 '공공성' 강화로 표심 공략에 나서지만, 정부 출범 이후 야당 시절 비판했던 '뉴스테이 시즌 2' 시대를 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교수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공공임대주택 건설 얘기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데 이행률은 약하다”며 “표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