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제주 찾은 까닭

2017-04-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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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해결이 대한민국 통합의 시작"

(아주경제=제주) 김혜란 기자 = 5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17일과 이튿날인 18일 통틀어 제주도를 찾은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일했다.

문 후보가 18일 제주를 방문해 제주도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제주 4·3사건과 강정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제주도민의 눈물을 닦고 '제주를 제주답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문 후보는 "4·3 제주가 외롭지 않게 제주의 언덕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지난 4일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에도 "69년 전 오늘, 제주에서 이념의 의미도 모르던 많은 양민들이 이념의 무기에 희생당했다"며 4·3 사건을 연설 첫머리에 올리기도 했다. 그에게 제주 4·3 사건은 어떤 의미일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제주시 동문시장 앞에 마련된 유세 차량에 오르기 앞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 "미안하우다…더이상 외롭지 않게 하겠다"

문 후보가 이날 제주시 동문시장 앞 준비된 유세 차량에 올라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미안하다'였다. 지난 3일 열린 4.3 추념식에 대선 경선 일정과 맞물려 참석하지 못한 일을 사과한 것이다. 그는 "자주 못 찾아와 미안하우다. 잘도 반갑수다. 우리 제주도민께, 먼저 죄송했다는 말씀드린다"며 "해마다 4·3 추념식에 참석했었는데, 지난 추념식에는 저희 당 경선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경선 끝나고 바로 찾아뵈려 했는데, 기상악화 때문에 또 못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4·3 희생 영령들의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참배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바로 4·3 평화기념관으로 이동해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선 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배·보상 문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희생자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대통령 자격으로 4·3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국가를 대표해서 공식적으로 사과 말씀을 드렸다. 그때 우리 유족분들께서 통곡하시던 그 목소리, 저는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공감했다. 

더 나아가 그는 '4·3사건' 해결이 대한민국 통합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했다. 그는 동문시장 유세에서 "69년 전 4월, 이곳 제주에서 이념의 의미도 모르는 선량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 그 후 대한민국은,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까지 더해져 아직 분열과 갈등의 대결 구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대선은 '국민 통합 선거'라며 제주의 아픔과 광주의 희생까지, 촛불 민심의 세상을 바꿔 달라는 간절한 호소 모두 끌어안는, 국민을 치유하는 진정한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 DJ·노무현 정부 이어…통합의 시작은 '제주'에서부터

문 후보가 제주 '4·3 사건'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제주시을 국회의원인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제주의 경우 가해자였던 군·경과 피해자 유족이 화해해 서로 행사도 참여한다. 화해와 상생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 폭력 사건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좌우 이데올로기를 넘어 동서 화합을 위해 남북 간 화해 상생을 위해서도 문 후보가 이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4·3 특별법을 처음 제정했고 그 틀 위에 노무현 정부가 국가 원수로서 처음 유족에게 사과했으며 2006년 위령제에 참석해 직접 참배하는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4·3 사건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는데 문 후보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제주시 동문시장 앞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 "제주의 상처와 갈등 치유가 곧 대한민국 통합의 길"

이날 문 후보의 유세를 듣기 위해 제주 동문시장에 모인 지지자와 시민 500여명은 문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중간중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문 후보를 연호하며, 때로는 문 후보의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척'을 하며 문 후보에게 응원을 보냈다.  

문 후보의 연설을 듣던 66세 이모씨(여성)와 그의 남편 70세 이모씨는 "제주에선 문 후보가 인기가 있다"고 했다. 문 후보를 왜 지지하느냐고 묻자 "공약이 마음에 든다. 문 후보가 4·3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제주 토박이라고 했다. 30대 초반의 제주도민 안모씨는 "문 후보를 지지해서 유세 현장에 찾아왔다"며 "문 후보가 계파와 이념을 넘어 통합과 당 중심적이어서 믿음이 간다"고 했다.

공식 선거유세를 출발하며 '대통합' 대장정을 나서겠다고 선포한 문 후보는 제주를 찾아 국가 폭력 피해자와 유가족을 만났고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국민 통합과 화해, 상생의 큰 그림을 그렸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어느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그가 내민 손에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다. 통합과 희망,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제주에서 문 후보는 "제주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분열과 대립의 세월을 넘어서 새로운 나라,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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