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저금리, 저성장 여건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국내 시중은행이 정작 기부금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1080억원으로 2015년의 1287억원보다 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늘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인 기부금 총액이 늘어나는 다른 업종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에 기인한 투자 확대와 경영 리스크 줄이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정작 사회공헌에는 '짠돌이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1위은행의 기부금은 4대 시중은행 중 꼴찌였다. 2015년 186억원이었던 기부금은 133억원으로 28% 감소하며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따뜻한 금융'을 강조해 온 국내 1등 은행의 수식어를 무색케 하는 금액이었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15년 1.24%에서 2016년 0.68%로 급감했다.
신한은행의 최대 라이벌인 KB국민은행도 기부금이 쪼그라들긴 마찬가지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이자이익 증가와 신용손실충담금전입액 감소에도 대규모 회망퇴직 영향 탓에 96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이며 전년 대비 13% 줄었다. 그러나 기부금은 418억원에서 318억원으로 두 배 가까운 24%가 감소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3801억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났지만, 기부금은 219억원에서 179억원으로 18% 줄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다른 은행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20% 가까이 성장한 우리은행의 기부금 규모는 5% 가까이 축소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가시화, 브렉시트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가 기준금리 인하로 순익 감소를 우려한 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보이며 과도한 '몸사리기'로 사회공헌을 모른 척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긴축 경영을 이어온 것"이라며 "실적이 개선되고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올해부터는 다시 기부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