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행장은 이날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국민연금에 대해 "출발점부터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수은이 죽어가는 대우조선을 연명시킬테니, 사채권자들은 채무 재조정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의 골자라고 최 행장은 설명했다. 이번 고비를 넘기고 대우조선의 영업활동이 정상화되면 선박 건조·인도 대금을 받아 채무를 갚는다는 계획이다.
최 행장은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회사채 상환 불능 상태였다"며 "이번 방안을 시행해 사채권자들의 투자금액 중 50%라도 보존해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생명은 이미 끊어졌다는 의미다. 더불어 수은도 대우조선의 채권을 보유한 일부 시중은행, 사채권자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채권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대우조선 보유 자금으로 상환한 후에 채무 재조정을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국 수은 돈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채권자의 돈을 갚아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돈만 국민의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수은은 조선업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선수금지급보증(RG)을 지원했다가 최대 채권자가 됐다"며 "수은 돈으로 다른 채권만 갚게 하고 대우조선을 죽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이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실사하겠다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은 산은에 추가 감자와 만기 연장 회사채의 상환 보증 등을 요구했지만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와 몇 차례에 걸친 실무진 간의 논의에도 바뀐 것은 없다.
결국 금융권에서는 지금까지의 국민연금 태도를 고려했을 때 대우조선의 P플랜 돌입은 보다 확실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오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점검회의에서도 "P플랜을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행장 역시 "P플랜에 들어갔을 때 대우조선에 금융지원을 어떻게 할지, 발주 취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에서 4000억~5000억원인 충당금 적립 규모가 P플랜 가동 시 1조~2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재차 압박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사채권자집회가 1회만 부결돼도 P플랜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사채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사채권자집회는 오는 17~18일 개최된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현재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1조3500억원)의 30%에 달하는 3887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