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홍콩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루 새 개별 주가가 장 중 80~90% 수직하강하는 현상이 잇달아 나타나는 것. 홍콩증시가 중국 본토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금융지주투자집단유한공사(中國金控 이하 중국금공) 주가는 20분 사이에 주가가 83% 빠지면서 곤두박질쳤다. 12억 홍콩달러에 달하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1억8000만 홍콩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중국금공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57% 폭락한 채 마감했다.
중국 농업기업이었던 중국금공은 경기 하락 속에 지난 2015년 기업 이름까지 바꾸며 P2P 등 금융사업을 확대했으나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에 처한 상태다.
비단 중국금공뿐만이 아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홍콩 증시에 상장된 3개 종목 주가가 수십 프로씩 빠지며 곤두박질쳤다. 이들은 모두 중국 본토기업이었다.
지난달 24일엔 랴오닝성 유제품 업체인 후이산유업 디폴트 위기로 주가가 한 시간 사이에 85% 곤두박질치며 주식 거래는 즉각 중단됐다. 후이산유업은 홍콩 증시 사상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한 기업이 됐다.
이보다 사흘 전인 21일엔 중국 셀피앱 개발회사인 메이투의 주가가 지난달 21일 한 시간 만에 40% 폭락했다. 메이투 주가는 지난 3월 6일 선강퉁 투자종목에 편입된 이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열흘 새 거의 갑절로 뛰었지만 단 한 시간 사이에 주가가 40%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홍콩증시의 이런 변동성은 가격제한 폭 적용이 일부 종목에 한정된 데다, 주식이 소수 주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과도하고, 관행과 규정이 다른 중국 기업이 몰린 점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약 2000개 기업 중 중국 본토기업이 900여개로 절반에 달한다. 특히 대형주의 4분의3가량이 모두 중국 본토기업으로 홍콩증시는 중국 증시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엔 후강퉁·선강퉁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중국 본토 개인투자자들이 나날이 늘면서 투기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 거래하는 해외투자자의 22%가 중국 본토 투자자다. 2014년 13%에서 훌쩍 늘어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후강퉁을 통해 홍콩 증시에 유입된 본토 자금은 104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