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질병 원인으로 꼽히는 '막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신약 개발에서 고난이도로 꼽히던 단계를 해결해 각종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자연과학부의 이현우 교수팀과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김종서 교수팀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막단백질에 특정한 화학물질을 붙여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현우 교수는 "막단백질은 단백질 구조 분석 중에서도 고난이도 과제로 꼽힌다"며 "이번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막단백질뿐 아니라 다른 세포 소기관의 막단백질에도 적용해 구조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단백질은 세포막에 끼어있는 단백질로 세포 내에 영양분이나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망가지면 질병이 생길 수 있어 신약 개발에선 막단백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이현우 교수팀은 살아있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내막에 있는 단백질을 '디싸이오바이오틴-페놀(Desthiobiotin-phenol)'을 붙인 다음 질량 분석기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막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했다.
고리 모양의 구조를 가지는 화합물인 페놀(phenol)이 페놀라디칼(phenol radical)이 되면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이로신(tyrosin)기'에 잘 달라붙는다. 대부분의 단백질이 타이로신기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막단백질 구조 분석에 이용할 수 있다. 막단백질은 주로 막(membrane)에 끼어 있는데, 그 방향성이 중요하다. 세포막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에 페놀 종류로 염색하면, 타이로신기가 있는 부분에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다. 그 결과 막단백질이 어느 쪽으로 튀어나와 있는지 알 수 있다.
타이로신기를 페놀 종류로 염색하는 데는 과산화효소인 '에이펙스(APEX)'가 사용됐다. 이 효소는 세포의 어느 공간에서나 활성화되는데, 과산화수소를 만나면 페놀 종류의 수소 원자 하나를 빼앗아 반응성이 큰 페놀라디칼을 생성한다. 이 페놀라디칼은 타이로신과 공유결합을 이루므로 특정 단백질에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쓰인 페놀 종류인 디싸이오바이오틴-페놀은 기존 연구에서 사용했던 바이오틴-페놀(Biotin-phenol)보다 염색된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을 많이 회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질량분석기로 분석할 시료가 많아지면 막단백질 구조 파악의 효율도 높아진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송이 UNIST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의 기질과 막사이공간에 모두 과산화수소를 넣어 반응을 유도하면, 타이로신기가 튀어나온 방향에만 디싸이오바이오틴-페놀이 붙게 된다"며 "과산화효소 반응을 마친 세포를 깨트려 단백질을 자르고 질량분석기로 분석하면 막단백질의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막단백질 복합체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미토콘드리아를 겨냥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며 "새로운 페놀 화합물을 이용해 막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은 다른 막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됐다. 연구지원은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