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9일 전라남도 목포신항 철제부두엔 세월호를 들어올린 모듈트랜스포터(MT)가 반잠수식 선박 끝 쪽으로 움직였다. 세월호가 진도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지 3년, 인양 작업을 시작한 뒤 18일 만에 육지의 문턱을 넘는 순간이었다.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를 싣고 천천히 구르는 모듈트랜스포터 바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뭍으로 올라오는 시간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새까맣게 탄 수심 가득한 얼굴에서 그동안의 고뇌와 아픔, 상처가 그대로 전해진다.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49)는 "일이 잘 풀리고 작업자들도 안전했으면 좋겠다. 9명 모두 찾아서 실종자, 미수습자라는 단어가 붙지 않길 바란다"며 "상하이 샐비지에서 미습수자 작업을 완료하면 가족들에게 상하이로 와달라고 초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다. 미수습자 수습도 끝까지 하고 이제는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세월호를 실은 모듈트랜스포터가 부두에 진입하자 '우와 올라왔다'라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유가족들은 육상 이송 작업 시작할 당시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월호가 뭍에 올라오자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故) 제세호군의 아버지 제삼열씨(54)는 작업과정을 지켜보면서 긴장한 듯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제씨는 "세월호가 육지에 올라오는 걸 보니 지난 3년의 슬픔이 다시 되살아난다"며 "이제는 하루빨리 온전한 수습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를 육지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목포신항만 밖에서는 육상 거치 성공과 미수습자 9명의 귀환을 염원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저 배에 9명이 아직 남아 있다", "아가야 빨리 나와", "부디 사고 없이 무사히 상륙해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라는 등의 추모객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경남 김해에서 왔다는 박영수씨(47)는 수만개의 노란 리본이 휘날리는 울타리에 양손을 얹고 하염없이 세월호를 바라봤다. 박씨는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세월호를 직접 보니 먹먹하다"면서 "미수습자 9명을 모두 태우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추모객 장용우씨(36)는 "세월호는 국민 모두에게 국가와 가족에 대한 하나의 깨달음을 안겨준 사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