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평택 아파트 건설현장 '무법천지'…법과 안전은 '후진국?

2017-04-09 13:01
  • 글자크기 설정

공사비용 남기려고 갖가지 꼼수…당국의 손길은 뒷짐

사망사고가 나도 그때 뿐…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아파트 공사 작업자가 안전모와 안전대도 착용하지 않고 위험 천만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정태석 기자]

아주경제 정태석 기자 =대규모 건설현장이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경기 평택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고,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도 안전 불감증에 대한 인식은 후진국 수준이다.

전국으로 따지자면 평택만큼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는 곳은 없다. 자고 일어나면 도시가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 평택은 건설호황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을 타 비용을 줄이고, 여기에서 또 다른 이윤을 챙기고 있는 건사들의 수단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 평택시 칠원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맞은편에 2800여 세대가 들어설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아파트 공사현장.

동문건설이 시공하는 이곳에는 이른바 특정공사(비산먼지 방진막 등)시설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고, 하루 수백여 대의 대형 공사차량이 바로 앞 도로로 드나들고 있지만 안전요원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회사원 A씨는 “이 아파트 공사로 인해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흙먼지가 날아들고 있고, 이 앞으로 지날 때 마다 공사차량으로 인해 사고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공사현장 내부는 더 가관이다.

장마철 토사침하나 유출 등 수해 방지를 위해 만들어야 할 배수로 시설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공사현장에선 반드시 갖춰야 할 시설이지만, 설치했다가 다시 철거해야 하는 시설(가 시설)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불법이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이 돈만 줄여도 적게는 2-3억, 많게는 7-8억 원 이상의 이득이 발생한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현장 여건상 설치 못한 경우가 다소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확인하고 반드시 설치 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사에선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작년과 올해까지 사망사고가 잇따른 아파트 건설현장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6000세대 이상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평택시 동삭동 310-1일원 동삭2지구 도시개발사업은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곳이다.

이 공사현장에서 2명의 공사 인부가 사망했는데, 2명 모두 아파트 외형공사 비계시설에서 떨어져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 일부 공사중지와 3000만 원의 과태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렸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지금도 공사장 안전펜스와 배수로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있고,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는 위험물 관리 또한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GS건설 관계자는 “공사 구간이 워낙 크고 많다보니 매일 교육을 시키고 관리를 해도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사망사고 건으로 많은 직원들이 관리 책임을 지고 자체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아직도 숨진 A씨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유가족 측에서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에 온갖 쓸기와 흙이 쌓여있다. 사진=정태석 기자]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막바지 공정 율을 보이고 있는 세교지구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 역시 엉망이다.

공사장 내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흙은 플라스틱 등 온갖 쓰레기와 함께 덮여있고, 흙먼지 발생을 막기 위한 방진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공사장 내부는 진흙탕 그 자체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다짐 공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근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고덕신도시 공사현장 또한 다를 바 없다. LH와 경기도시공사 등이 시행하는 이곳 역시도 건설비용을 남기기 위한 꼼수로 가득 찼다.
 

[평택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에 흙이 온갖 쓸기와 쌓여있다. 사진=정태석 기자]

야간에 운전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공사장과 도로 경계 등에다 잉카(야간 유도등)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고작 일부만 설치했다.
 

[평택 고덕신도시 공사현장에는 흙먼지 날림을 막는 분진막이 일부만 설치돼 있다. 사진=정태석 기자]

사업장 안전펜스 위에 설치해야 할 분진 막도 안 된 곳이 허다하다. 모두가 이윤을 챙기기 위한 건설사들의 얄팍한 수단이다.

토목기술사 B씨는 “대부분 공사현장이 이 같은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가장 문제는 설치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 등과 같은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