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폭스바겐 제공]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삼성SDI가 이달부터 중국 시안 공장에서 폭스바겐의 2017년형 전기차 'e-골프'에 탑재될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삼성SDI는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와 지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라는 악재를 극복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까지 e-골프의 배터리 생산 준비를 마치고 최근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사드 여파로 떨어졌던 중국 시안 공장의 가동률도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시안 공장은 삼성SDI가 중국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현지 전기차 모범규준 인증에서 탈락하고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이에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수요가 늘고 있는 북미와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돌파구 마련에 부심해왔다. 그 결과, 최근 BMW의 주력 전기차인 ‘i3’에 이어 'e-골프'의 배터리의 공급도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에 전기차 배터리를 잇따라 공급하면서 관련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280만대에서 오는 2025년 2300만대로 연 평균 26%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함께 스마트폰 배터리 사업도 올해 삼성SDI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스마트폰 배터리 시장에서 2010년 이후 1위를 독차지하며 성장해왔던 삼성SDI는 지난해 노트7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0여개의 배터리 생산공정을 개선하며 노트7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삼성SDI는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S8의 배터리 생산을 80% 정도 담당하게 됐다. 이전까지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배터리 생산의 60~70%를 맡아왔다.
증권가에서는 S8이 전작인 S7보다 20%가량 많은 6000만대 이상 판매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삼성SDI가 올 2분기에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 스마트폰, ESS 사업이 궤도에 오른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삼성SDI가 이번 2분기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2014년 이후 3년 만의 연간 흑자전환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SDI 관계자는 “e-골프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고객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