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사진=아주뉴스]
아주경제 원승일·김선국 기자 =경제개혁이 화두다. 그 중심에 ‘정치적 외압’에 휘말려 진통을 겪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담합이나 내부거래,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행위를 뿌리뽑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개혁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공정위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제검찰’ 공정위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공정위가 청와대 지시를 받고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이로 인해 현직 정재찬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사법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CJ의 영화 제작을 문제 삼아 청와대가 공정위에 표적 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공정위는 2014년 CJ E&M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한 채 사건을 종료했다.
청와대 지시 등 외압에 흔들리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으로 대변되는 공정위 위상에 흠집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 개혁 차원에서 역할과 권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불공정 행위에 한해 공정위 독단으로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으로, 경제검찰로서의 위상이 높아진 계기가 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청와대 지시 등 권력형 비리에 휘말리면서 이 같은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와 법원 역할을 하는 위원회를 분리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검토 단계에 있다. 공정위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로 불공정행위 조사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법상 공정위 사무처는 위원회의 하부 조직에 속해 있다. 공정위 위원회는 사무처의 조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구조로는 설령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외압을 받고 사무처 조사에 개입해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대선 주자들도 공정위의 권한 강화냐 축소냐에 이견이 있을 뿐 독립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갖춘 사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에까지 돌아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려면 경제개혁이 시급하다"며 "공정위도 내부 개혁을 통해 권력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질서의 파수꾼'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과거 국민의 불신이 존재했지만, 최근들어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도 정치적 외압 등으로부터 비교적 굳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좀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전국 16개 시·도 내 거주하는 만 25~64세 성인남녀 22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 분석'에 따르면 '국세청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43.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13.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선 주자들도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보장하되, 이들 권력기관의 부패와 불공정은 용납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영 고려대 교수는 "고액·장기 체납자는 처벌을 강화하고, 서민들의 세 부담은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국세청이 정권의 외압에 휘둘리면 안 되고, 약자에게 강하지 않으며 강자에게 더 강한 약유강불굴(弱柔强不屈)의 자세로 임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