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 사드제재 언제쯤 풀리나

2017-04-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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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기지를 통해 들어온 사드 시스템의 일부.[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사드 보복 경제 제재는 언제쯤 풀릴까. 솔직히 지난 1개월 동안 기자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인, 기타 국가의 지인들마저도 비슷한 질문을 쏟아낸다. 특히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지인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업종을 불문하고 매출 하락이 눈에 띄는 데다, 중국 소비자들의 싸늘한 눈치는 고개를 떨구게 한다.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언제쯤 풀릴지에 대한 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경제 제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이렇다 할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식'의 수준에서 추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계산에 따른 점진적 제재 강화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게 지난해 7월 8일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발표 이전인 2015년 2월부터 거듭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왔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에서는 '한한령(限韓令)' 혹은 '금한령(禁韓令)'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 대한 문화 제재를 시작했다. 인기 높던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서 하나둘 사라져 갔으며, 지금은 아예 찾아보기 힘든 정도가 됐다.

지난 2월 27일 롯데상사 이사회가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제공하는 안을 승인하자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에 대해 무더기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고, 관영매체들은 인민들을 대상으로 롯데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그리고 중국당국은 3월 2일 여행사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3월 6일 미군이 오산기지에 사드발사대 2기를 공수해오자 중국 관영매체들의 선전은 극에 달했으며, 인민들의 반한감정 역시 정점을 향했다.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된 후, 인민들의 과열된 반한감정이 우려됐는지 중국의 관영언론들은 사드문제에 대해 다소 ‘로키(low key)’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인민들은 여전히 한국제품을 거부하고 있고 한국여행을 거부한다.

◆제재에는 의도가 숨어 있어

이 같은 일련의 경과를 볼 때 중국의 사드 제재가 하루이틀 만에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한국을 지켜보며 상황변화에 따라 경제제재의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 인민들의 행동은 감정적일 수 있겠지만, 최소한 중국 핵심 지도부는 정교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중국의 경제 제재에는 기획된 의도 혹은 목적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중국의 목적이 달성되면 경제 제재 역시 풀어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목적이 달성되기 전에는 경제 제재를 쉽사리 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경제 제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중국이기에 제재의 목적 역시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경제 제재를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예상해 본다면, 중국의 의도 역시 가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경제 제재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미 중국은 우리나라로부터 '대국답지 못한 처사'라는 '모욕'에 가까운 비난세례를 받고 있다. 안보문제를 경제로 풀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경제 제재를 강행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사드가 배치될 성주골프장.[사진=연합뉴스]


◆목적 1. 자국 안보위협 완화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자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결연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주군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의 탐지범위가 1000㎞ 이하이며, 때문에 중국을 탐지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중국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결코 믿지 않는 눈치다. 미·중 간에는 안보상 신뢰관계도 구축돼 있지 않다. 게다가 미국의 군사외교 관련 일부 매체들은 성주 사드 레이더의 탐지범위를 2000~3000㎞라고 보도하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한국의 사드 레이더는 자국방위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후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연기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경제보복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이 커지고,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가 중국의 경제 제재를 못 버티고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중국으로서는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목적 2. 한국 길들이기

중국 역시 우리나라가 미국과 맺은 협정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여론 역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한·미 간의 사드 배치 합의가 불가역적이라고 판단하는 중국의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 또 다른 중국을 위협하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스텔스 이지스함인 ‘줌월트’ 같은 제2의 전략무기가 추가적으로 한국에 도입되는 상황은 중국으로서는 악몽이다. 때문에 중국에게 경제 제재는 미래를 대비한 경고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향후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가 도입될 때, 한국이 현재 중국의 경제 제재를 떠올려 주저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중국으로서는 지금의 경제 제재가 한국에 충분히 '아픈' 것이어야 한다.

◆목적 3. 주변국에 대한 경고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해 롯데그룹의 중국사업은 그야말로 수난을 겪고 있다. 롯데의 수난을 보는 우리나라의 다른 대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성주골프장이 롯데그룹의 소유가 아닌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의 소유였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라고 정부의 부지교환 제의를 거절할 수 있었을까. 롯데의 사례를 목도한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향후 비슷한 사례가 자신에게 닥쳤을 때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으로서는 롯데가 본보기인 셈이다.

이 같은 논리는 아시아 주변국들에도 적용된다. 눈치 빠른 동남아국가들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스터디하고 있다. 지금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아시아 주변국 외교관들끼리 중국의 제재가 어떻게 전개됐으며, 한국이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동남아 주변국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연계되어 있고,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기에 미·중 양대 강국 사이에서의 처신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한다.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주변국에 대한 경고작용을 할 수 있다. 

◆목적 4. 자국산업 보호

이 밖에도 중국의 경제 제재는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기업들에 한국기업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도 누리게 된다. 중국에서 한국제품은 그야말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한류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한국제품의 인기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자국의 국가이익에 해를 끼쳤다며 화를 내는 중국인들은 한국제품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됐다. 3월 초 전국적으로 타올랐던 한국제품 불매운동은 아직도 여전하다. 현대차의 3월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40% 감소했다.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 거세진 만큼 한국제품들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제품들의 공백을 중국기업들이 메우게 된다면, 이는 자국 산업과 자국 제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인들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바이두캡처]



◆중국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경제 제재를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안보위협 완화 △한국 길들이기 △주변국 경고 △자국산업 보호 등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네 가지 중 첫째인 '안보위협 완화'의 달성 가능성은 점치기 어렵다. 사드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도 연관된 문제다. 사드를 개발·배치· 운용하는 주체는 미국이다.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만으로는 안보위협 완화를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 목표는 경제 제재만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중국의 판단인 듯하다. 때문에 한국을 길들이고 주변국에 자신들의 위력을 내보일 만큼의 경제적 타격을 줬을 때 경제 제재를 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중국의 경제 제재는 장기화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보란 듯이 한국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한·중 갈등은 현재 글로벌 이슈다. 많은 국가들이 주시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무'라도 베지 않으면 '칼'을 다시 '칼자루'에 집어넣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중국의 의도일 뿐이다. 모든 일이 중국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는 변수가 많으며,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만만찮다.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언제 종료될 것인가. 그 답은 신의 영역에 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경제 제재가 장기화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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