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카드업계 잔혹사

201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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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그룹 신입사원 연수에 갔는데 수백명 신입사원 가운데 카드사 지원자가 저 한명이었대요. 그래서 초반에는 임원들한테 '고맙다'는 소리를 좀 들었죠. 카드사 한 곳의 순익이 1조원이 넘던 호시절도 거쳤어요. 지난 10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입니다."

한 카드사 임원의 말이다. 카드업계는 유난히 부침이 심했다. 지금은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을 전부 다 합쳐야 가능한 숫자지만 한때 LG카드 한 곳의 당기순이익만 1조원(2005년 기준 1조3631억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칠 때만 해도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앞이 안 보인다'는 말뿐이다.

카드업계는 시장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특히 5월 대선을 앞두고 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상인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카드수수료율 인하 공약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1%로 인하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후보도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를 1%로 내리고, 카드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대표 역시 체크카드 수수료를 0%로 내리고, 카드 수수료 1% 상한제 공약을 제시했다.

자본주의는 신용사회다. 카드사의 금리와 수수료는 신용에 대한 가격인데 이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품 가격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정부와 정치권이 '관리 영역'으로 생각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들수록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신용카드사들은 수수료와 이자로 돈을 벌어 카드의 부가 서비스를 유지한다. 한쪽에서 수수료 수입을 계속 깎으면 결국 연회비를 내고 신용카드를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들의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한 카드사 임원은 "전사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카드 상품이나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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