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운도 따랐지만, 논의 초기단계부터 노조 관련 단체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은 29일 인터컨티넨탈 호텔 코엑스에서 열린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미래 모델' 포럼 기조연설에서 정부와 학계, 노조의 협력이 '인더스트리 4.0'의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헤닝 카거만 회장이 선도한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생산 효율이 높은 '스마트 팩토리'를 실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에는 생산성이 높은 스마트 팩토리가 이미 존재했지만, 같은 기업에서도 지역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 유기적이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호환이 가능하도록 제조의 표준화를 마련해 나가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스마트 팩토리가 늘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를 우려하는 노조 단체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협력은 필수다. 이날 카거만 회장도 "우리는 노동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마련한 '인더스트리 4.0' 권고안은 노조 단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에 그들도 적극적으로 따랐다"면서 "정부가 노조 단체와 접근이 어렵다면 우리처럼 정치적으로 중립적 입장인 학계가 노조를 초청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거만 회장은 노조와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냈는지를 묻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에게 "정치적 견해는 서로 다르겠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상대방도 건설적으로 대화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며 "처음엔 힘들어도 나중에는 근로자에게도 이점이 많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득했으며, 결국 노조와 합의가 없었다면 이 정책은 추진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영섭 청장이 노조 측의 수용 태도를 묻자, 카거만 회장은 "노조는 스마트하고 영리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지금에 안주하면 5~10년 뒤에 위기가 올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노력하면 경쟁력이 높아져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카거만 회장은 "'인더스트리 4.0'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 맞춤화된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기업이 단독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생태계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생태계를 잘 운영하려면 대기업이 오픈되고 매력적인 플랫폼을 제공해 그 위에 서비스와 제품을 올려놓을 수 있게 해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