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 회화실이 봄맞이 새 단장을 마쳤다.
회화실은 박물관 상설전시장 2층 서화관에 풍속화실, 인물화실, 산수화실, 화조영모화실, 궁중장식화실 등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전시품 37건 총 114점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이번 전시에선 지난 2015년 방송인 윤인구 씨가 기증한 '유영수양관연명지도'(留營首陽館延命之圖)가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계회도 형식을 띤 유영수양관연명지도는 1571년(선조 4) 오음 윤두수(1533~1601)가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하던 날의 광경을 묘사한 그림으로, 상단에는 그림 제목이 전서(篆書)로 쓰여 있고, 아래쪽엔 관찰사 부임 행렬과 종루·성벽·수양관·산 등이 묘사돼 있다. 수양관은 황해도 감영의 본청인 선화당의 별명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짧은 선과 작은 점으로 표현한 산의 모습에서 조선 전기에 유행한 안견파 화풍의 영향이 엿보인다"며 "16세기 황해도 감영 전경과 관찰사 부임 행렬의 전모를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했다.
이 그림 외에도 각각 보물 제868호, 제869호로 지정된 '미원계회도'(1540), '하관계회도'(1541)를 비롯해 '평시서계회도', '사장원송도동료계회도' 등 다양한 계회도가 산수화실에 전시된다. 고려시대부터 그려진 계회도는 조선시대 들어 크게 유행하며 3단 구성을 갖추게 됐다. 이 구성은 상단에 계회의 제목, 중단에 계회 장면 그리고 하단에 참석자의 성명과 생년·관직명 등을 적은 것으로, 이러한 형식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계회도는 보통 참석자 수만큼 제작해 나누어 가졌고, 각 가문에 전해졌다.
미원계회도는 조선시대 정치의 핵심 기관이자 언론삼사 중 하나인 사간원에 근무하는 관리들의 모임을 그린 것이며, 하관계회도는 군사관련 업무를 맡아보던 병조 소속 관리들의 모임을 묘사한 작품이다. 제작시기를 알 수 있는 계회도는 당시 관료들의 생활 문화를 보여주고 있어 기록화이자 풍속화적 성격을 띤다.
인물화실에서는 고려 말 성리학자인 목은 이색(1328∼1396)의 초상과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색 초상'은 후대에 옮겨 그려진 그림이지만 사모(紗帽, 관복에 갖춰 쓰던 모자)와 홍색 관복에서 고려 말의 초상화 형식을 따랐으며, 화려한 금관조복 차림의 '이하응 초상'은 잔붓질을 반복해 피부의 질감과 입체감 등을 표현하는 19세기 양식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879년(고종16) 12월 28일 왕세자(훗날 순종)가 천연두에서 회복한 것을 경축하기 위해 진하의식을 거행한 장면을 그린 '왕세자두후평복진하계병' 병풍은 꽤 이채롭다. 이 병풍은 왕세자가 병중에 있을 때, 궁궐을 호위했던 창덕궁 위장소 관원들이 발의해 제작한 것으로, 그림에 묘사된 각각의 도상들이 왕세자 책봉례 의식을 그린 책례계병(冊禮契屛)류와 유사해 흥미를 더한다.
이영훈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 올해 첫 번째 전면 교체 전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관람객에게 조선시대 회화의 깊은 맛과 미적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