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친(親)중파로 알려진 캐리 람 후보가 26일 홍콩을 이끌 새로운 행정장관에 당선되자 중국이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논평에서 "홍콩의 통합의 앞날에 긍정적 조짐이 감지됐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 상당수가 실망감을 보이며 직선제를 요구하고 나서 향후 홍콩의 앞날은 중국의 기대처럼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6일 오전에 실시된 선거에서 캐리 람 전 정무사장은 365표를 얻은 존 창 전 재정사장을 제치고 제5대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사상 첫 여성 홍콩 행정장관의 탄생이다.
환구시보는 "이번 선거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치뤄졌다"면서 "이는 캐리 람이 중국 중앙 정부는 물론 홍콩 사회 모두를 수용할 인물이라는 의미"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관계 유지는 홍콩에게 필요한 것으로 "불확실성이 늘어난 글로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홍콩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는 바로 중국 본토와 당 중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홍콩을 지원할 것이며 이미 많은 홍콩인들이 홍콩과 중국 본토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결과에 불만을 표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홍콩 사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영향력도 크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구시보는 "우산혁명이 촉발되는 등 다년 간의 우여곡절 속에서 극단적인 시위 세력은 완전히 힘을 잃었다"면서 "발전된 사회는 정치적 혼란을 원치않고 홍콩 정치 혼락의 싹이 커지고 홍콩의 안정과 번영이 타격을 입으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도 당연히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 판공실도 26일 성명을 통해 캐리 람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다.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판공실은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기본법,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결정과 홍콩 관련 법률에 의거해 공개·공평·공정하게 치뤄진 것을 기쁘게 지켜봤다"면서 "캐리 람의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 홍콩 통합,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확실한 추진, 민생개선, 혁신 등에 힘을 쏟길 바란다"고 밝혔다.
렁춘잉 현 홍콩 행정장관도 캐리 람 후보의 당선에 반색을 표했다. 렁 장관은 26일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공평·공정하고 질서있게 실시됐다"며 "캐리 람은 중국과 홍콩을 사랑하고 당 중앙이 신뢰하는 인물로 정치적 능력 갖췄고 홍콩인의 지지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선거 결과를 확정해 보고했으며 중국 당국의 임명 절차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첫 여성 행정장관인 캐리 람은 오는 7월 1일 열리는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 공식 취임해 5년간 홍콩을 이끌게 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민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위 행렬이 계속되고 있어 7월 취임시 대규모 반(反)중국 시위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캐리 람이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당시 강경 진압으로 중국 당 중앙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홍콩 사회 내부의 반발심을 키웠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