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 충격' 다시 고개드는 유럽 테러 공포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차량 돌진·흉기 테러가 일어나 최소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영국 수사 당국이 테러 배후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테러 1주기를 맞는 날에 또 다른 도심 테러가 일어나면서 유럽 내 테러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외로운 늑대? 지하디스트? 테러 배후 수사 주력

BBC 등 현지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외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개인 극단주의자,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범행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런던 경찰 당국은 "이번 테러는 사살된 용의자의 단독범행으로 보인다"며 "이슬람 관련 국제테러조직과의 연계성,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 당국이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억측이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들은 테러에 사용된 차량이 현대자동차의 SUV 차량인 회색 i40라고 보도하면서 용의자가 '40대 아시아계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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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의 공격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영국 정부가 중동 등 6개국에서 영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대상으로 기내 전자기기 반입 금지령을 내린 뒤 하루 만에 이번 테러가 발생한 탓이다.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활동하다가 유럽에 돌아온 이른바 '귀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일 가능성에도 무게도 실린다. 대 테러 당국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는 최대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일반인 대상 '소프트타깃' 표적 테러에 불안 고조

테러의 배후와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테러 수법이 최근 유럽에서 잇따라 일어났던 '소프트 타깃' 표적의 테러와 닮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성탄절을 앞둔 지난해 12월 20일에는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트럭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덮쳐 12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프랑스 휴양지 니스에서 트럭이 축제 현장을 덮쳐 8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경찰이나 군을 대상으로 하는 '하드 타깃' 테러의 경우 폭발물이나 총기 등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지만 소프트 타깃 테러는 트럭과 같이 일상 생활에서 이용되는 도구가 활용되는 만큼 테러 접근성이 높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테러를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테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불특정 다수 일반인을 표적으로 삼는 소프트 타깃 형태의 무차별 테러 공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브뤼셀 참사 1년만에 또··· 유럽 충격 속 테러 공동 대응

베를린 트럭 테러 이후 3개월 만에 비슷한 형태의 테러가 런던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하면서 유럽 전역에 공포가 번지고 있다. 특히 이날은 지난해 3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어난 연쇄 폭탄 테러로 일반인 32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기를 맞는 날이어서 충격이 더 큰 상태다. 

가까운 미래에 IS 등 테러 단체의 주도로 유럽 내 새로운 테러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유로폴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IS 격퇴전에 참가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이 테러 우선 대상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인근 유럽 국가들은 각각 성명을 통해 "영국을 지지하며 모든 형태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영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테러 진압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발생한 이날 차량·흉기 테러로 지금까지 범인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의사당 근처를 흐르는 템즈강을 중심으로 경계를 강화하면서도 테러 경보는 현행 '심각' 단계 수준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