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더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던 정부와 채권단은 '예측 실패'를 인정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3일 "조선업의 장기 시황부진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대우조선의 위험요인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했던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2015년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대우조선 지원 규모는 총 4조2000억원이다. 회계법인 실사보고서의 경영 전망에 기초해 산출된 이 금액에는 2016년에 115억 달러까지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이란 가정이 포함됐다. 그러나 실제 수주는 10%에 불과한 1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국제적인 조선업황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유례 없는 불황이 지속된 영향이라고 정부는 해명했다. 수주 부진은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도 동일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앙골라 국영정유회사인 소난골의 드릴십 인도가 기약 없이 표류하면서 대우조선의 유동성 유입이 크게 줄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같은 요인에 의해 당초 계획보다 약 3조4000억원의 유동성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조선업 불황이 심화되면서 기본 전제가 바뀐 것을 반영해 구조조정 방안을 다시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3월 현재 대우조선 지원 자금 4조2000억원 중 3조8000억원이 소진된 상태다. 여기에는 지난해 산은과 수은이 각각 출자전환, 영구채 매입의 방식으로 유동화한 2조8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반면 만기를 앞둔 대우조선 회사채는 오는 4월 4400억원을 시작으로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이다. 내년까지 총 1조5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6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주식거래조차 중단된 대우조선의 유동성 부족은 올 2분기에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지난해 말 수주잔량 기준 114척, 340억 달러로 세계 1위 업체인 점을 감안해 이번 추가자금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산 시 산업 및 실물경제 측면에서 막대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에 너무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파산 선고를 받은 한진해운과 차별이 뚜렷하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어김 없이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선박 건조에 있어 세계 수준의 핵심 경쟁력을 보유한 데 반해 한진해운은 원가 경쟁력 열위에 있고, 채권구조도 한진해운은 협약채권 비중이 낮아채권단 주도 정상화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제 와서 구조조정 방식을 바꾸는 데 대한 의구심과 이미 실패한 산업은행이 아닌 관리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이며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산은과 최대 채권자인 수은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추진안은 과거 구조조정 방안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게 대우조선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