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향후 1년 간 통화안정성과 금융안정성 중 무엇을 먼저 정상화할지에 대해 마찰이 빚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리 결정 시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21일 아주경제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10회 아태금융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통화정책과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기조 연설에 나섰다.
그는 최근 2~3개월 동안의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살폈다. 올해 들어 약세를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감에 이달 초 잠시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의 일자리 지표가 매우 좋고, 통화정책이 앞으로 보다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급격한 변화는 없었기에 FOMC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다시 떨어졌다.
김 교수는 "FOMC가 내놓는 점도표를 통해 FRB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며 "올해 (미국은) 금리 인상을 세 차례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점도표를 통해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 등을 예측할 수 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채권·주식시장의 움직임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양적완화(QE)의 영향과 비교했다. QE가 전혀 예상치 못하게 3차까지 이뤄졌고, 이는 미국의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 결과 당시 FRB에서는 '통화와 금융 중 무엇을 먼저 정상화할 것인지'가 논쟁이 됐다. 그는 "30년 또는 10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상관없지만, 당장 다음 달이나 내년을 생각하면 무엇을 먼저 손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중앙은행의 역할에 달렸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판 QE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 결정과 가계부채가, 중국은 국영기업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과거를 돌아보고 무엇이 통화안정성이고 금융안정성인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