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정부가 오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를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시장 불확실성에 파운드화가 하락한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이 협상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분담금', '단일시장 접근 범위' 등이 협상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지목되고 있다.
◆ 파운드화 3주 만에 하락세...EU "모든 준비 됐다...막판 지침 마련"
EU 탈퇴 통보일이 확정되자 시장 불확실성 요소로 떠오르면서 파운드화는 3주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날 파운드화 환율은 전날보다 0.06% 떨어진 파운드당 1.2385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파운드-유로화 환율은 전날보다 0.19% 낮은 파운드당 1.1518유로 수준을 보였다.
EU 회원국들도 바빠졌다. AF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EU 정상회의를 열고 EU의 교섭 방침을 채택할 전망이다. 당초 EU 정상회의는 4월 초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영국의 EU 탈퇴 통보일이 확정되면서 일정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면 48시간 이내에 협상 지침 초안을 영국을 제외한 27개국에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유럽위원회 대변인도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다"며 영국의 통보를 수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EU의 협상 지침을 마련하는 데 최대 6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실제 브렉시트 협상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 'EU 분담금', '단일시장 접근 범위' 등 관전 포인트에 주목
영국과 27개 EU 회원국은 EU 분담금을 두고 가장 큰 진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 계획 당시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약속했던 만큼 약 600억 유로(약 73조 270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은 탈퇴가 확정된 만큼 거액의 기부금을 납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은 독일에 이어 가장 많은 EU 분담금을 내고 있다.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범위도 난제가 될 전망이다. 영국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면서도 새로운 FTA를 통해 최대한 EU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영국과 EU 간 FTA는 사실상 '치킨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U로서는 영국에 대한 관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영국으로서는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 내 금융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EU 국민의 '이동의 자유'도 문제다. 현재 영국에는 EU 시민권자 300만 명이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7개 EU 회원국가에 머무는 영국인들도 120만 명에 이른다. 이동의 자유가 차단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간 통행을 예외로 둘지 여부도 미지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영국의 역할과 유럽 내 테러 빈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테러 대응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29일 EU 탈퇴 의사를 정식 통보하면 향후 브렉시트 협상 시한은 2019년 3월까지 2년간 이어진다. 상호 협의 하에 협상 시한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협상 진행 내용과 상관없이 2019년 3월부터 영국은 EU에서 자동 탈퇴된다. 다만 영국이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적지 않은 만큼 관계 재설정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