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그동안 금리상승기에 대비해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들을 고정금리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변동금리는 대출자에게 치명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 같은 노력은 전혀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행정자치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금융권의 올 1~2월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5년 8000억원에서 2016년 3조6000억원, 2017년 5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은행권(주택금융공사 양도분 포함)은 이 기간 5조1000억원, 5조원, 3조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도 문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은 101만7936명으로, 4년 전보다 5.0%가량 늘었다. 대출 한도가 낮기 때문에 여러 금융회사를 통해 돈을 빌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2금융권 대출자 가운데 80%가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금리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매달 갚는 원리금이 가처분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평균 136만원씩 부담이 늘어난다. 채무자의 원금 및 이자 상환이 어려워지면 대출해준 2금융권의 부실 위험성도 높아진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긴급회의를 연달아 개최해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서민·취약계층 등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 저리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10% 내외의 중금리대출인 사잇돌대출의 공급을 기존 1조에서 2조원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정책금융상품은 지원 자격에 제한이 있고 한계가구를 수용하기에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3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김모씨(41)는 "매달 대출을 갚고 나면 겨우 생계를 유지할 만큼 돈이 남았는데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말 그대로 파산 직전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대부분 금융회사의 대출 집행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면서 "실제로 빚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자들을 위한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