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영국 정보당국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작년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GCHQ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도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를 사찰했다는 백악관의 주장에 “터무니없다(nonsense)"고 일축했다.
앞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전직 판사였던 앤드류 나폴리타노 폭스뉴스 애널리스트의 주장을 인용해 작년 대선 기간 동안 “사찰 기술이 이용됐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세 명의 정보 소식통들이 폭스뉴스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NSA, CIA, FBI, 법무부도 아닌 영국 GCHQ에 사찰을 요청했음을 진술했다”고 말했다.
GCHQ는 관련 활동에 대한 보도에 좀처럼 대응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이것은 말 그대로 어이없는 주장이며 무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백악관의 이 같은 주장이 영국과 미국관의 안보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3대 정당인 자유민주당의 팀 패론 당수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자신의 민망한 주장을 감추려고 영미 안보관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것은 영국과 미국의 안보를 해칠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일침을 놓았다.
과거부터 영국과 미국의 정보 당국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예민한 사항들을 공유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친러 인사들로 채워진 데다가 이 같은 논란까지 일면서 영국 정보당국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 美 의회도 “오바마 도청 지시 없었다”
미국 의회 역시 이미 작년 대선 기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타워를 도청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 공화당도 트럼프의 도청 주장을 일축했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상·하원 정보위에서 러시아와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또 조사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적어도 우리 정보 당국과 관련해 그런 도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하원 정보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청 주장을 철회하거나 법무부가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 및 관련 산하 기관을 상대로 강제 조치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궁지로 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청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주 동안 도청과 관련한 흥미로운 자료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인지, 그것이 도청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