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김선국·노승길 기자 = 국민의 '삶의 질' 지수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예상대로 경제성장률을 한참 밑도는 개선세다. 삶의 질 증가율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절반도 못 미쳤다. 경제가 성장했지만 이에 걸맞는 삶의 질 상승은 아니란 의미다.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가 발표한 2015년 기준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1.8로 기준연도인 2006년(100)에 비해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GDP가 28.6% 늘어난 것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했다지만, 소득 재분배 등의 문제로 일반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며 "삶의 질 지수를 개선해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만들어 미진한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 사회적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주거·고용 및 임금 영역 '삶의 질' 개선되지 않아
통계청이 삶의 질을 지수화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지표는 △소득·소비 △고용·임금 △사회복지 △주거 △건강 △시민참여 △안전 △환경 등 12개 영역 80개에 달한다.
2006년 100을 기준으로 삶의 질 종합지수는 2009년 5.4%, 2012년 9.2%, 2015년 11.8% 상승했다.
영역별로 △교육(23.9%) △안전(22.2%) △소득·소비(16.5%) 지수는 평균(11.8%)보다 상승 폭이 컸다.
교육지수의 경우, 유아교육 취학률이 2006년 77%에서 2015년 92.1%로, 고등교육 이수율은 32.9%에서 45.5%로 상승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안전지수는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10만명당 47.7→131.8명), 화재발생건수(3만1778건→4만4천435건) 등은 나빠졌다. 반면 강력범죄 발생률(10만명당 556.6→550.8명), 산업재해율(0.77→0.50%) 등이 개선되며 증가율이 높았다.
웰빙(13.5%), 문화·여가(12.7%), 환경(11.9%) 등은 종합지수와 유사한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건강(7.2%), 주거(5.2%), 고용·임금(3.2%) 영역 지수는 10년 전보다 상승 폭이 낮아 삶의 질은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가족·공동체 영역 지수는 2015년 98.6으로 2006년에 비해 오히려 1.4% 감소했다. 한부모 가구 비율(8.8→9.5%), 독거노인 비율(18.1→20.8%), 자살률(21.8→26.5%) 등이 악화됐다.
▲'삶의 질' 지표, 현실과 괴리…세월호 사태에도 '안전' 향상
이 같은 '삶의 질' 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민이 느끼는 삶은 심각하다. 입시 경쟁, 취업 전쟁의 치열함은 더해 가고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졌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 내 집 마련의 꿈도 꿈에서 멈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3포 세대, 5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삶이다.
실제 경제성장률은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권인 10위지만 자살률(2016년 기준)은 1위, 합계 출산율은 34개국 중 33위(2014년 기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이번 '삶의 질' 종합지수 개선세는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교육분야 종합지수는 2015년 123.9로 2006년(100)보다 23.9%나 상승했다. 잦은 입시제도 변경으로 인한 공교육에 대한 불신,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나아질 기미가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또 세월호 사건으로 전 사회에 증폭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았지만, 안전분야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22.2% 상승한 것도 의아하다.
최근의 경제지표는 팍팍한 삶을 대변한다. 실업률은 2010년 1월 5.0%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5%대에 재진입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 임계점에 달했다.
서민물가도 살인적이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따라 닭고기와 돼지고기, 쇠고기, 계란 가격이 오르며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