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오해해도 상관 없다

극 중 여배우 영희 역을 맡은 배우 김민희[사진=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다 자격 없어요. 다 비겁하고 추한 짓 하면서, 다 사랑받을 자격 없어요.”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은 유부남 감독(문성근 분)과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영희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훌쩍 외국의 어느 도시로 떠나버린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영희는 자꾸만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 여기서 살까? 나랑 같이 살래?” 영희의 질문에 누군가를 대답을 피하고, 누군가는 좋다고 한다. 영희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다.

유부남 감독은 영희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영희는 줄곧 그의 속내를 의심한다.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유부남이라서 영희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친한 언니인 지영은 영희를 좋아하지만 그의 사랑에 공감하지 못한다. 유부녀인 지영과 영희는 허튼 공감을 늘어놓는다. “수프가 먹고 싶었는데”, “그랬구나. 수프가 먹고 싶었구나.”

한국의 강릉. 영희는 몇몇 지인들과 만나게 된다. 어떤 이는 영희를 노골적으로 미워하고 어떤 이는 영희의 재능을 아까워한다. 또 어떤 이는 영희가 “너무 매력적”이라며, 그를 돕겠다고 자처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영희를 이해해준다. “상처를 견디고 더 성숙해졌다”고 한다. 심지어는 “여성으로서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고까지 한다. 그럼에도 영희는 불쑥불쑥 화가 난다. 자신과 감독의 관계를 두고 섣부른 오해와 공감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모두 비겁하고 추한 짓”을 하기 때문에, 결국 “아무도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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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영희는 혼자 남는다. 해변에 홀로 남은 그는 감독의 얼굴을 그리다가 까무룩 잠이 든다. 맘 속 그리움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쓰러진 그를 보고 우연히 해변을 지나던 조감독이 말한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요. 너무 걱정돼요. 일어나세요.” 영희는 잠에서 깬다. 밤의 해변, 영희는 혼자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다. 제67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주인공 김민희가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아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제가 되었던 것은 영화의 줄거리다. 지난해 불륜설에 휩싸였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꼭 빼닮은 이야기를 영화로 내놨다. “한풀이라도 하느냐”는 영화 속 대사처럼,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희의 속내를 빼곡하게 담아냈다.

홍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다. 자전적 이야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오롯이 영화로만 남을 수 없다. 영화의 저변에는 홍상수·김민희의 감정과 언어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이 촬영 당일 아침마다 쓴 대사는 영희의 입을 통해 가감 없이 전달된다. “관객들의 오해가 일어나는 건 개인적 디테일 때문이고 오해해도 상관없다”는 그처럼 영화 역시 내내 당당하다. 영희를 위한 영희에 의한 서술, 이해, 안쓰러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극 중 대사처럼 “영희가 불쌍”하든, “불륜이니 욕”을 하든 오해 역시 관객의 몫이다. 23일 국내 개봉.